마윈 해외체류 소식과 겹치며 중국 대형 플랫폼들 주가 급등
다층규제 이미 '뉴 노멀'…규제서 자유로운 '황금시대'는 끝나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디지털 경제의 발전 촉진과 관리·감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디지털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주제로 열린 공산당 정치국 집단학습 자리에서 "디지털 경제가 규범 속에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인민일보가 20일 보도했다.
시 주석이 디지털 경제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규제와 발전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그는 "인터넷, 빅데이터 등 기술 혁신이 세계 경제 구조 재편, 세계 경쟁 구도를 바꾸는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며 "디지털 경제의 건강한 발전은 국가 경쟁력 우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중요 기술 분야의 국제 경쟁에서 중국이 선제적 기회를 잡고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시 주석은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시장 진입 제도 및 경쟁 심사·감독 제도 개선과 조세 관리·감독과 세무조사 강화를 요구했다.
시 주석은 "(디지털 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대중의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바로잡고, 플랫폼의 독점과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하며, 독점과 불공정 경쟁 행위를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도발적인 당국 비판을 계기로 '인터넷 공룡' 기업들을 매섭게 몰아붙이던 상황에서 '발전 촉진과 관리·감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언급한 시 주석의 발언이 업계에선 유화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마침 '괘씸죄'에 걸려 출국이 자유롭지 않던 것으로 전해지던 마윈이 홍콩을 경유해 스페인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이날 홍콩 증시에서 상장된 중국 대형 온라인 플랫폼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알리바바와 알리건강이 각각 6.67%, 13.49% 급등했고, 비리비리(6.40%), 바이두(4.61%), 콰이서우(4.28%), 메이퇀(2.87%), 텐센트(2.10%) 등도 상승했다. 중국 기술주 주가 동향을 반영하는 항셍기술지수는 2.65% 급등했다.
그간 중국 안팎에서는 당국의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면서 중국의 인터넷 산업이 과거와 같은 활력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추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당국의 강경 대처를 촉발한 것으로 여겨지는 마윈이 '유폐'에 준하는 상황에 몰린 가운데 각자 겉으로 표명한 이유는 달랐지만 황정(黃?·41) 핀둬둬 창업자, 장이밍(張一鳴·38) 바이트댄스 창업자, 류창둥(劉强東·47) 징둥 창업자가 줄줄이 퇴진 또는 2선 후퇴를 선택한 것은 이런 비관적 관측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됐다.
하지만 '규제 공포'가 다소 누그러지더라도 대형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 대한 규제 환경이 이전의 '황금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작년 11월부터 거의 1년에 걸쳐 반독점, 금융 안정, 개인정보 보호, 국가 안보 등 명분을 앞세워 인터넷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다층적인 규제 체계를 정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집단학습 발언이 나온 다음날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제31차 회의에는 반독점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반독점법 개정안 초안이 제출됐다.
초안은 위법 행위에 대한 벌금을 대폭 상향하고, 독점협의를 한 사업자의 법정 대리인과 주요 책임자, 직접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경영자가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술 및 플랫폼을 이용해 시장에 '장애물'을 만들거나 다른 사업자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규정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또 경영자가 다른 경영자와 짜고 독점 협의를 하거나 다른 경영자의 독점 협의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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