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역 배상 명령 수용 불가' 녹음기 틀듯 되풀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새 내각이 출범한 후에도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이소자키 요시히코(磯崎仁彦) 관방부(副)장관은 2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강제노역 관련 소송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내 자산에 대한 대전지법의 매각 명령에 불복해 즉시항고한 것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말에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한국대법원 판결과 관련 사법 절차가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현금화에 이르면 일한(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만큼 그것을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지금까지 한국 측에 반복해서 강하게 지적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일본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이 조기에 제시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옛(舊)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는 일본 정부가 한국인 징용 피해자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이 매각돼 원고 측의 손해배상금으로 쓰일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녹음기를 틀듯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종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포함한 일련의 역사 문제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 등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는 한국 사법부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 정부가 사법 판단을 시정할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이소자키 부장관의 발언은 일본제철에 이어 미쓰비시중공업을 피고로 한 강제노역 피해자 관련 소송에서 배상 판결이 잇따라 확정됐던 2018년 당시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그의 뒤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에서 정부 대변인·부대변인 입을 통해 되풀이됐던 표현이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한 기시다 총리도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해 징용 배상 문제 등 양국 간 갈등 현안에서 아베·스가 정권이 지켜온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앞서 미쓰비시중공업은 강제노역 피해자 양금덕(92)·김성주(92) 할머니가 낸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신청을 대전지법이 받아들인 것에 불복하는 즉시항고를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옛 조선여자근로정신대(정신대) 관련자들의 청구권 문제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즉시항고 이유를 설명하고 향후에도 일본 정부와 협력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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