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기능 다 내지 못해…상세 원인은 분석해 봐야"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정윤주 한혜원 기자 = 21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정상비행을 하고도 탑재체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이런 '절반의 성공'은 발사체 3단부 엔진 연소 시간이 계획보다 46초 모자랐고, 이 탓에 3단부와 여기에 실려있던 더미 위성이 목표했던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 1차적 원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누리호 비행 분석 결과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덮개) 분리, 2단 분리 등까지는 정상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 엔진이 521초간 연소해야 하는데, 계획보다 46초 짧은 475초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누리호의 마지막 비행 시퀀스는 더미 위성이 분리된 후 발사체가 위성과 충돌을 피하도록 하는 '회피 기동'이다.
하지만 3단 엔진 연소가 조기에 종료되면서 더미 위성 분리 직후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항우연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3단에서 기능을 충분히 다 내지 않았다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엔진이 문제가 아닐 수 있고, 엔진의 연료, 산화제 공급계 문제일 수도 있고 가압 시스템 문제일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 부장은 "여러가지 추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어떤 한 부분이 제대로 기능 못 하거나 원했던 추력을 못 낸 상황"이라고 말했다.
3단에 실린 7t급 액체 엔진은 누리호의 주력 엔진인 75t급 액체 엔진보다 추력이 10분의 1 정도지만, 훨씬 더 높은 고도에 올라가 우주의 가혹한 환경을 견뎌야 해 개발이 더 까다로웠다.
그러나 항우연은 7t급 액체 엔진 자체에 큰 결함이 발생해 발사에 최종 실패한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 중이다.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본부장은 "비행 전에 계산한 바로는 연료가 부족하거나 엔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고 본부장은 "비행 중 관측한 바로는 엔진 쪽 이상이라기보다는 다른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현재로서는 추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항우연은 더미 위성이 분리된 것까지는 확인했으나, 더미 위성이 목표 궤도인 지구 저궤도(600∼800㎞)에 투입되는 데 필요한 궤도 속도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1단부에 있던) 75t급 엔진이 올해 3월 종합연소시험처럼 실제 비행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지를 가장 우려했는데 그 부분은 아주 완벽히 잘 됐다"며 "3단 연소시간이 짧았던 부분은 이른 시간에 원인을 찾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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