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디폴트 카운트다운' 시작…끝내 파산의 길로 가나

입력 2021-10-22 11:32  

헝다 '디폴트 카운트다운' 시작…끝내 파산의 길로 가나
디폴트→연쇄 디폴트→파산 절차 가능성 배제 못 해
채권단 디폴트 선언 대신 헝다와 비공식 협상 가능성도
주말 지나 윤곽 나올 듯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300조원대의 빚을 진 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에 주어진 시간이 이제 하루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헝다가 23일까지 달러화 채권 이자 8천350만달러(약 985억원)를 막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파산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어 이번 사태의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 "23일 상환 실패 땐 결과 심각"…HNA 전철 관측도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은 2022년 만기가 도래하는 헝다의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 유예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앞서 헝다는 지난달 23일 예정대로 이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채권 계약서에 30일 유예기간 조항이 있어 지금껏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간주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끝나는 23일까지 헝다가 끝내 이자를 내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 처리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자회사인 헝다물업 지분을 매각해 3조원대 현금을 확보, 급박한 유동성 위기를 일단 넘기려던 헝다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헝다가 23일 1천억원에 가까운 달러화 채권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헝다가 이번 이자 상환에 실패할 경우 특정 달러화 채권 디폴트 선언이 192억달러(약 22조6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전체 달러화 채권 연쇄 디폴트 사태로 이어짐에 따라 헝다가 스스로 유동성 위기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또 달러화 채권에서 먼저 구체화한 신용 위기는 곧바로 훨씬 규모가 큰 헝다의 위안화 회사채와 금융권 대출 등 국내 부채의 신용 위기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헝다의 전체 부채는 위안화로 약 2조위안(약 369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90% 이상이 중국 본토에서 조달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헝다가 유예기간이 끝날 때까지 (이자) 상환에 실패하면 결과는 심각할 수 있다"며 "신용평가기관들은 즉시 (헝다 채권을) 디폴트 등급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디폴트가 공식화되면 일부라도 자산을 강제 환수하려는 채권인의 신청으로 법정 파산 절차가 시작될 수도 있다.
달러화 채권 보유인들이 헝다와 개별 협상을 포기하고 홍콩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면 헝다는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해 더는 전처럼 자유롭게 자산을 처분할 수 없게 돼 유동성 위기 해결이 더욱 복잡해지게 된다.
다만 법원이 채권자의 파산 신청을 승인해 파산 절차 개시를 승인해도 헝다가 곧바로 공중분해되는 것은 아니다.
파산은 다시 남은 자산을 모두 처분해 채권자에게 나눠준 뒤 해당 법인을 없애는 파산 청산 절차와 채무조정 및 추가 투자를 통한 파산 구조조정으로 크게 나뉘는데 회사의 존속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면 청산 대신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된다.
블룸버그는 "장기간에 걸친 하이난항공(HNA)그룹의 구조조정이 가능한 선례가 될 수 있는데 이 사례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돌려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이 회사가 일부 자산을 처분하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 내주 초반에야 윤곽 나올 듯…중국 '최악 시나리오'도 염두
다만 23일이 지나는 즉시 헝다의 디폴트가 선언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니엘 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공식 디폴트 선언을 하려면 해당 채권의 25% 이상을 보유한 보유자들의 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디폴트 선언이 즉각 이뤄지는 대신 채권 보유인들과 헝다 간 비공식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달러화 채권 보유 기관들은 헝다가 23일까지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해도 즉각 상환을 요구하는 대신 헝다 측과 접촉해 가능한 선택지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일부 세부적 요인 때문에 헝다의 공식 디폴트 여부 윤곽이 드러나려면 주말이 지나 내주 초가 되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헝다의 달러화 채권 유예 기간 만료일이 23일로 돼 있지만 중국(홍콩 포함) 시간대가 적용되는지가 명확지 않다. 또 23일이 토요일이어서 주말을 지나고 나서 관련 기관들의 공식 입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헝다가 23일 극적으로 이자를 지급하거나 채권 보유 기관들이 추가로 시간을 주더라도 헝다 위기의 근본적 전환점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고비를 넘긴다고 해도 지난달 29일과 이달 11일 각각 헝다가 내지 못한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일이 당장 내주부터 연이어 찾아온다.
또 헝다는 올해 추가로 4건의 달러화 채권 이자를 막아야 하고,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달러화·위안화 채권 규모는 74억달러(약 8조7천억원)에 달한다.
헝다 디폴트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가 헝다라는 개별 기업의 문제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고 있다.
헝다 사태 해결의 키를 쥔 것은 사실 중국 당국이다. 중국 당국은 헝다의 자산 매각 등을 실질적으로 허가할 권한을 갖고 있는데 헝다의 이번 헝다물업 지분 매각도 광둥성 당국의 불허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류허(劉鶴) 부총리는 20일 "비록 부동산 시장에서 개별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위험은 전체적으로 통제 가능하다"며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이라는 큰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지난 17일 "300조원이 넘는 헝다의 부채가 금융 시스템 속에서 수백개의 기관에 퍼져 있고 많이 집중돼 있지 않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당국이 헝다 파산에 따른 대규모 부실 채권 발생 같은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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