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15만명 발 묶여…"경제 회복하면 노동력 쟁탈전"
이달 말 총선 후 단계적 완화 모색…'한국인 90일 무비자' 난망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강력한 입국 금지 조치를 유지함에 따라 유학생과 노동자 등 수십만 명이 입국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1월 이후 일본 출입국관리재류청으로부터 '재류자격 인정 증명서'를 받은 외국인 57만8천명 중 이달 1일 기준 37만1천명이 일본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2일 보도했다.
재류자격 인정 증명서는 일본에 3개월 이상 머무를 계획이 있는 외국인이 유학, 취업 등 체류 목적에 적합한지를 사전 심사해 내주는 문서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재류자격 인정 증명서를 받은 외국인은 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비자를 받아 일본에 입국하는 데 별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올해 1월 변이 바이러스 유행을 이유로 입국 제한을 한층 강화하면서 재입국 허가를 받고 출국한 외국인이나 일본인 배우자가 있는 외국인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외국인의 일본 입국은 사실상 중단됐다.
재류자격 인정 증명서를 받고도 일본에 입국하지 못한 외국인을 체류 목적으로 분류하면 유학 14만7천800명, 기능실습 11만1천200명, 가족 체재 2만8천700명,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2만4천800명, 흥행 1만1천800명, 기타 4만6천900명 등이다.
이 가운데 일본에서 사실상 노동자로 활동하는 기능실습생의 발이 묶이면서 외국인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는 기능실습생이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으나 2020년 이후 입국 예정이던 19만4천명 가운데 11만명 이상의 발이 묶이면서 올해 6월 말 기준 일본 내 기능실습생은 2019년 말(약 41만명)보다 약 14% 감소한 35만4천명을 기록했다.
'자격 외 활동 허가'를 받아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노동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유학생의 입국이 대부분 차단된 것도 일손 부족을 심화하고 있다.
일본 내 외국인 유학생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말에는 34만5천명 수준이었는데 올해 6월 말에는 약 34% 축소한 22만7천명이었다.
대형 선술집 체인점을 운영하는 한 간부는 약 30% 수준이던 외국인 종업원이 거의 없어졌다면서 "경제가 회복하면 외국인 노동력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입국 봉쇄는 선진국 가운데 이례적이다.
미국의 경우 그간 원칙적으로 입국을 금지하던 33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내달 8일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와 음성 증명서가 있으면 입국을 허용하고 격리도 면제한다.
싱가포르는 이달 19일부터 구미 8개국에서 온 백신 접종 완료자의 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내에는 입국을 허용하는 조건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있으나 외국인 신규 입국에 대해서는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감염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달 31일 총선이 끝난 후 단계적으로 입국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행동반경을 제한할 수 있는 단기 출장자 등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 한국인에 대해 적용하던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이 재개될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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