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 쥐가"…미 흑인명문 하워드대 학생들 점거 노숙

입력 2021-10-24 04:11  

"기숙사에 쥐가"…미 흑인명문 하워드대 학생들 점거 노숙
기숙서 열악한 환경 항의…최근 2년간 막대한 기부금 조성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모교이자 대표적인 미국 흑인 명문 사립대인 하워드대 학생들이 때아닌 점거 노숙에 나섰다. 곰팡이 투성이에 쥐가 들끓는 기숙사 때문이다.
미 ABC 방송은 23일(현지시간) 하워드대생 수십명이 학교 중심에 위치한 블랙번 학생 센터를 점거, 텐트를 치고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기숙사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여러 차례 학교 당국에 요청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숙에 나섰다고 한다.
12일부터 텐트 생활을 시작한 신입생 라미야 머리는 기숙사 방에 만연한 곰팡이 때문에 올해초부터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다면서 "안전하고 보호받는 공간을 기대했지만, 기숙사는 건강에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학생들의 기습 점거 직후 대학 당국은 이들이 학칙을 대거 위반했다면서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퇴학을 포함한 징계는 물론이고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동조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며 애초 십여명 가량이 시작한 노숙 시위는 건물 안팎을 뒤덮을 정도로 불어났다.
이들은 '이만하면 됐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열악한 기숙사의 상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하며 여론을 끌어올리고 있다.
학교측은 "몇몇 방에 곰팡이가 있는 것을 알고 있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길고 습한 여름을 지나며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지만, 학생들의 염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시위 학생들은 현재 웨인 프레데릭 하워드대 총장과 타운홀 미팅을 요구하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상징적 흑인 명문대인 하워드대는 아마존의 총수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인 매켄지 스콧으로부터 4천만달러(한화 약 47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최근 2년 동안 막대한 기부금을 모금했다고 ABC는 전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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