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맞아 전통이동로 거쳐 남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메에~"
24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평소 같으면 교통체증으로 붐벼야 할 도심 한복판이 천여 마리의 양 떼로 뒤덮여 양들의 울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끊겼던 스페인 전통 양떼 축제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고 이날 CNN 등이 보도했다.
이날 마드리드 거리에서 천 마리가 넘는 양 무리가 목에 딸랑거리는 종을 매달고 종소리 장단에 맞춰 발굽을 내디뎠다.
양떼를 이끄는 목동들은 전통 의상으로 차려입고 민요와 춤을 곁들이며 도심을 활보했다.
이날 행사는 매년 10월 개최되는 스페인 연례 전통 행사 트랜스휴먼스(계절 변화에 따른 가축 이동) 페스티벌로 올해 28번째를 맞았다.
목동들이 동절기 방목을 위해 스페인 북부에서 따뜻한 남쪽 초원으로 양떼를 몰던 수백년에 걸친 전통에서 유래됐다.
스페인 농업부와 마드리드 관광 당국은 양치기들에게 가축을 끌고 도시를 통행할 권한을 부여한 중세시대 규정에 착안해 목축문화 유산을 기념하는 의미로 1994년부터 이 행사를 개최해왔다.
19세기 철도 도입 등으로 도보 이동 목축이 점차 모습을 감추면서 연례 페스티벌을 통해 그 맥을 유지하고 전통을 기린다는 의미가 있다.
또 기록에 의하면 1418년 양치기들은 양들을 지나가게 해주는 대가로 시의회에 가축 1천마리당 50코인에 해당하는 요금을 매해 내기로 합의했다.
이런 합의는 그대로 유지돼 오늘날에도 축제일에 양치기 측 대표가 마드리드 시장에게 소량의 요금을 지불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행사가 취소된 만큼 올해 다시 찾아온 페스티벌은 시민들에게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이날 현지 주민들은 간만에 찾아온 반가운 광경에 거리로 나와 환호했다.
한 시민은 "매년 구경하러 오는데 오늘은 아이들을 처음 데리고 나왔다"며 "놀라운 광경"이라고 기뻐했다.
교통체증에 더 익숙한 도시 아이들은 동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즐겼다.
아버지와 여동생과 함께 나온 8살 꼬마는 양 떼를 가리켜 "가끔 만져볼 수도 있다"며 신기해했다.
트랜스휴먼스 페스티벌은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목축업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한편 이동 방목에 이용되는 12만5천㎞ 상당의 통행로를 보호하라는 목동들의 호소이기도 하다.
스페인에서는 그간 주택과 도로 건설 등 도시개발로 전통 경로가 위협받으면서 트랜스휴먼스가 대표하는 전통 문화유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