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직 외교관 "아키히토 전 일왕의 방한으로 한일관계 풀자"

입력 2021-10-25 16:12   수정 2021-10-25 21:58

日전직 외교관 "아키히토 전 일왕의 방한으로 한일관계 풀자"
아마키 전 레바논 주재 일본대사, 도쿄특파원 간담회에서 제안
작년부터 임진왜란 때 희생된 조선인 '귀무덤'에서 위령제 개최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74) 전 레바논 주재 일본대사는 25일 얽히고설킨 한일 관계를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한국 방문을 통해 풀어보자고 제안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이날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국 언론 도쿄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3년 전 일왕 자리를 아들인 나루히토(德仁)에게 물려주고 퇴임한 아키히토의 방한이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키히토가 일본인이 가장 신뢰한 일왕이라며 "그는 재임 30년 동안 과거 침략 전쟁을 반성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본은 두 번 다시 전쟁하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아키히토는 재임 기간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이제라도 그의 방한이 성사되면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아미키 전 대사는 전망했다.
아울러 아키히토의 방한 자체가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키 전 대사는 또한 한일 해저터널 사업의 추진을 통한 경제 협력도 양국 화해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34년 동안 일본의 외교관으로 일해왔다. 일본 외무성에서 경제협력담당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한일 경제 협력 관련 업무도 했다.
그는 작년부터 임진왜란 때 왜군에 의해 희생된 조선인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 개최를 주도하고 있다.
작년 10월 23일에는 일본 교토(京都)에 있는 '이비총'(耳鼻塚)에서 처음으로 위령제가 열렸고, 다음 달 8일에는 오카야마(岡山)에 있는 이비총에서 개최된다.
아미키 전 대사는 위령제를 주최하는 일본 시민단체 '교토에서 세계로 평화를 퍼뜨리는 모임'(약칭 교토평화모임)의 사무국장이다.
한국 언론 도쿄특파원과의 이날 간담회는 이 행사 개최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전리품으로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베어 갔다. 이들이 베어간 조선인의 귀와 코를 묻어 놓은 곳이 이른바 '귀무덤'으로 불리는 이비총이다.
일본 전역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귀무덤은 후쿠오카(福岡) 1곳, 쓰시마(對馬·대마도) 1곳, 오카야마(岡山) 2곳, 교토(京都) 1곳 등 총 5곳에 이른다.



이곳에는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병사들과 무고한 민간인 등 조선인 12만6천여 명의 귀나 코가 묻혀 있다고 한다.
아마키 전 대사는 2년 전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7∼1598)의 지시로 왜군이 자행한 잔혹한 행동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런 역사를 일본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위령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일본인은 대부분 귀무덤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 징용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등 한일 역사 갈등에 대해서도 양국 국민의 인식 차이가 크다면서 역사를 올바르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마키 전 대사는 강조했다.
그는 "역사를 직시하면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죄하고 희생자를 기림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것이 이번 위령제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오카야마에 있는 귀무덤은 김문길 부산외국어대학 명예교수(76)가 30년 전에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아마키 전 대사는 오랜 기간 귀무덤을 연구해온 김 명예교수와 함께 '기린(평화 시대를 상징하는 상상 속 동물)이여'라는 귀무덤 관련 일본어 서적을 지난해 출판하기도 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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