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전 전패 끝에 승리…'크리켓 영웅' 출신 칸 총리도 축하 메시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크리켓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앙숙' 인도를 꺾자 파키스탄 전역이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25일 외신과 돈(DAW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파키스탄 크리켓팀은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T20 크리켓 월드컵 대회에서 152점을 얻어 인도를 10위켓 차이로 제치고 완승했다.
T20 크리켓에서는 이닝 후반 공격에 나선 팀이 선제 공격 팀의 점수를 넘어설 경우 10명의 배트맨(타자) 중 일부가 남았더라도 경기는 종료된다. 이때 남은 배트맨 숫자만큼의 위켓으로 승리했다고 표현된다.
파키스탄이 크리켓 월드컵에서 인도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켓 월드컵은 ODI(하루 일정으로 진행되는 국제경기) 형식으로 치러지는 일반 월드컵과 이보다 투구 수를 더 줄인 T20 월드컵으로 나눠 열린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앞서 이들 대회에서 인도와 12번 싸워 전패를 기록 중이었다.
16세기 영국에서 탄생한 크리켓은 남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인도의 인디언 프리미어리그(IPL)는 100여 개국으로 중계될 정도로 세계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크리켓 리그로 꼽힌다.
파키스탄의 승리가 확정되자 전국 곳곳에서는 흥분한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파키스탄에 승리를', '파키스탄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차를 탄 이들은 경적을 울려댔다.
이슬라마바드, 카라치 등 주요 도시에서는 불꽃놀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폭죽도 계속해서 터졌고 자축하는 총성도 울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1992년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크리켓 국민 영웅' 출신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축하 코멘트를 남겼다.
칸 총리는 "파키스탄 팀, 특히 맨 앞에서 팀을 이끈 (주장) 바바르 아잠에 대해 축하한다"며 "국가는 당신 모두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전 크리켓 국가대표인 쇼아이브 아크타르도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 팀이 인도 크리켓 팀의 신화를 깼다"고 기뻐했다.
그는 "인도는 잘했다"며 "하지만 최강 바바르 등을 격파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 후 핵무기 개발 경쟁 등을 벌이며 날카롭게 맞서왔다.
특히 두 나라는 잠무·카슈미르 지역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놓고 여러 차례 전쟁까지 치렀다.
양국은 2019년 2월에도 전면전 위기를 겪었다.
당시 인도령 카슈미르 풀와마 지역 자살폭탄테러로 경찰 40여명이 숨지자 인도가 파키스탄 내 '테러리스트 캠프'를 전격 공습, 공중전 등 군사 충돌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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