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백신 접종률에 당국·시민 모두 방역 긴장 놓지 않아"
대중교통·학교서는 마스크 써야…"팬데믹 가고 엔데믹 도래"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포르투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다가서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의 모범 국가로 조명받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접종률을 자랑하면서도 방역 고삐를 완전히 놓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위드 코로나에 다가가는 방식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르투갈에 코로나19 엔데믹이 찾아왔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포르투갈의 사례를 전했다.
엔데믹이란 감염병이 종식되지는 않았으나 위력이 약해진 채 풍토병으로 굳어진 상황을 뜻하는 단어로,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보다 완화된 상태를 뜻한다.
엔데믹에 접어들면 코로나19를 통제·관리하며 정상적 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고 여겨져 여러 국가에서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차선의 목표로 설정돼 있다.
지난 1일부터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걷어내며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포르투갈은 곳곳에서 팬데믹 이전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경기장에서 수용인원을 30%로 제한하는 조치가 사라졌고, 버스 등 대중교통이 관광객으로 만석이 돼 일부 정류장을 지나치는 등 관광업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바와 디스코텍 등 유흥업소는 다시 문을 열었고 상점 영업시간 제한은 해제됐으며 식당에서도 착석 인원 상한이 없어졌다.
체육관이나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 간격은 3m에서 1.5m로 줄어들었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감염자와 접촉해도 자가 격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인구가 1천만명 수준인 포르투갈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약 750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평균 사망자 수도 6명에 그치는 등 성공적으로 확산세를 억제하는 중이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후 신규 확진자가 약 5만명에 이르는 등 확산세를 통제하지 못해 고심 중인 영국 등 일부 유럽국가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WSJ는 이같은 포르투갈의 성공이 높은 백신 접종률에 기반한 것으로 봤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작성하는 코로나19 관련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포르투갈은 인구 86.8%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며 세계 1위다.
1회 이상 접종률은 88.5%로, 96.0%를 기록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2위다.
일찍이 백신 접종을 선도하며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접종률이 정체된 미국, 영국 등과 달리 실제로 접종 보편화를 이뤄낸 것이다.
포르투갈이 다른 유럽 국가의 위드 코로나 전환과 다른 점은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방역의 긴장을 놓지 않고 마스크를 완전히 벗지 않는 '조심스러운 공존'이라고 할 수 있다.
교실, 대중교통, 요양원, 병원, 공연장과 쇼핑센터, 대형마트 등 면적이 400㎡가 넘는 상업 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학교 운동장과 대규모 인원 집결지에서도 되도록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한다.
상점과 식당에서도 종업원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포르투갈 보건당국은 겨울철에 대비해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3차 부스터 샷 접종을 고령자 등 취약 계층에 접종하기 시작했다.
시민 역시 정부 차원의 방역 조치가 해제됐음에도 손 세정제를 곳곳에 비치해두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무 사안이 아닌 교회에서는 자체적으로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등 자체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마리아 모타 리스본 분자의학연구소장은 "현재 포르투갈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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