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국에서 25일 KT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사고로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아현지사 화재 사고 이후 3년 만에 발생한 대규모 네트워크 사고다. KT 인터넷망이 이날 오전 11시20분께부터 37분가량 원인을 알 수 없는 장애로 차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KT 가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 이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기업과 학교, 식당 등 각지에서 혼란이 빚어졌으며 카카오톡과 비대면 강의, 결제 앱, 주식거래 등도 차질이 발생했다. 이번 장애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발생한 초유의 '먹통 사태'여서 국가기간통신망의 관리가 매우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KT는 먹통 사태의 원인을 처음에는 "디도스 공격"이라고 했다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라고 바꾸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날 정오께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는 정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37분간 인터넷 검색부터 상점의 결제 시스템, 기업과 병원ㆍ은행ㆍ증권 업무시스템 등 전반에 걸쳐 서비스가 불통됐다. 각종 포털과 언론사 접속이 차단됐으며 일부 가입자는 일반 전화 통화도 되지 않는 장애를 겪었다고 한다. 각 학교의 온라인 수업도 중단됐다. 교육부는 전국 12개 교육청 7천742개 학교와 유치원, 기관 등에서 인터넷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또한 주식투자자들이 증권사나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해 애를 먹거나 카드 결제기가 먹통이 되면서 식당과 편의점 등 소상공인과 손님들이 우왕좌왕해야 했다. 심지어는 고객센터의 연결도 중단돼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KT는 사태 초기에 '디도스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오후 2차 공지에서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며 "정부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어떤 이유로 라우팅 오류가 발생했는지 등 구체적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장애는 3년 전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 때보다는 시간상으로 짧았다. 하지만 네트워크 이용이 활성화한 시대의 '인재' 성격이 강한 사고가 전국적 인터넷망의 마비 사태로 번졌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새노조는 성명에서 라우팅 오류라면 '휴먼 에러'(인재)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휴먼 에러로 전국 인터넷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게 KT의 현실이라는 이야기인데 국가기간통신망사업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로 국가기간통신망의 관리가 상당히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3년 전 사고를 겪은 KT가 또 대형 장애를 일으킴에 따라 기간망 사고태세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서비스 장애를 넘어 전국망이 마비된 것은 사고원인이 '인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KT는 신속히 라우팅 오류의 원인을 규명하고 복구를 서두르는 등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 디지털시대 인터넷망의 불통은 단순히 이용 불편을 초래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용자들의 대규모 재산피해는 물론 개인정보 유출과 안보상의 위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국가 차원의 기간망에 대한 개선과 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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