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좋은 시작"…이란서는 민간과 직접 소통
현지 언론, 한국 백신 공여 소식에 관심…주민 반응은 엇갈려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공여가 동결 자금 문제로 얼어붙은 이란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자금 70억 달러(약 8조3천억 원)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해 왔다.
한국산 가전제품 수입 금지와 드라마 방영 중단 가능성 언급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한국 가전 완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란 정부는 이란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미국 제재 복원 당시 이란 사업을 접은 한국 기업 2곳이 수입금지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달 초에는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이 한국 내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란에서의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란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주몽'과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인도적 교역을 통한 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여 왔다.
외교부는 25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0만 회분 공여 소식을 발표하면서 "한국과 이란의 60년에 걸친 우호 관계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한국과 이란은 수교 60주년을 맞는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생산한 백신을 거부해온 이란은 한국의 백신 제공 소식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란 관영 IRNA, 파르스 통신 등 현지 매체들은 25일 일제히 한국의 백신 공여 소식을 보도했다.
같은 시각 주이란 한국대사관은 테헤란 근교 요양시설을 찾아 한국산 보건용 마스크(KF94) 5천 장과 1천 달러(약 117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전달했다.
윤강현 대사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란에 100만 회분의 백신이 전달돼 다행"이라면서 "이란인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요양시설 대표 자바드 아시라프 커셔니는 "양국 사이에 정치적인 문제가 있지만, 이런 문제도 곧 지나가리라 생각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대사관은 테헤란의 주요 의료시설 3곳에도 KF94 마스크 총 6천 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산 백신 지원 소식에 대한 이란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이란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테헤란에 사는 모하메드 골라미(30)씨는 한국의 백신 제공과 관련한 질문에 "양국의 관계 회복을 돕는 좋은 시작"이라면서 "한국은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이란의 무역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사시라프 아프샤르(65)씨는 "이미 이란에서도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서 (한국산 백신이 오더라도) 서민들에게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돼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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