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독일 변했지만, 주변 세계는 더 많이 바뀌어"
"동서독 통합 성과…구서독 지역서 구동독지역으로 젊은인구 순유입"
"독일 정치환경 거칠어져…타협과 절충에 점점 더 문제 생길 듯"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이르면 12월 초 16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권교체를 앞두고 편안하게 잘 자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주 초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과 연방하원 총선거(9월26일) 이후 첫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당연한 것"이라며 "나는 편안히 잘 잔다"고 응답했다고 SZ가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지난달 26일 치러진 연방하원 총선에서 24.1%를 득표하는 데 그쳐 25.7%를 득표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에 1.6%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패배했고, 득표율은 1949년 연방하원 총선이 시작된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친기업성향의 자유민주당(FDP), 기후변화 대응을 기치로 내세운 녹색당과 함께 오는 12월 6일 취임을 목표로 '신호등'(사민당-빨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본협상에 착수했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취임 이후 독일이 어떻게 변화했느냐는 질문에 "독일도 변했지만, 독일을 둘러싼 세계는 더욱 많이 변했다"면서 "문제는 우리가 새로운 세계에서 좋은 역할을 하기 위해 빠르게 충분히 변했느냐다"라고 응답했다.
그는 변화에 성공한 사례로는 동서독 통합을 들었다. 구동독에서 구서독으로의 인구 순유출은 중단됐고, 오히려 젊은층은 구서독에서 구동독으로 순유입되고 있다면서 이는 좋은 진전이라고 지적했다.
또 2005년 대비 실업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고용상황이 좋아진 것도 성과로 꼽았다. 이민 배경을 지닌 젊은 층이 학업을 마치는 비율이 상승했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해 40%인 절감 목표를 달성한 것도 성과로 언급했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과 관계에 대해서는 "처음 총리가 됐을 때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조3천억 달러로 독일의 2조8천억 달러보다 적었는데, 현재 중국의 GDP는 14조7천억 달러로 우리의 3조8천억 달러보다 훨씬 크다"면서 "전세계에서 비중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비교적 부유한 국가지만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관계를 전략적으로 영리하게 맺어야 한다"면서 "예전에는 우리가 그 자체로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이어서 중요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계속 중요한 국가로 남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을 생각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치환경이 거칠어졌다는 것"을 꼽았다. 총리가 처음 됐을 때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페이스북은 1년 됐었고, 트위터는 1년 후 탄생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미디어 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는 정치환경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는 정치적 의사소통을 변화시켜, 민주주의에서 필수 불가결한 타협과 절충에 갈수록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상징이 된 다양한 색깔의 재킷에 정치적 메시지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가끔은 그랬다"고 답했다. 재킷들은 이제 박물관에 가느냐는 질문에는 "정기적으로 헌 옷 수집 통에 들어갈 것"이라며 "박물관에 옷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퇴임하면 집에 죽치고 있을 것으로 남편이 우려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는 "남편은 이미 할 일이 많고, 나는 집에만 죽치고 있는 것으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기 때문에 남편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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