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땅 밟을 때까지…중미 이민자 2천여명 멕시코서 도보 북상

입력 2021-10-26 05:01  

미국땅 밟을 때까지…중미 이민자 2천여명 멕시코서 도보 북상
남부 타파출라에서 발묶였던 이민자들 사흘째 걸어서 이동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미 등 출신의 이민자 2천여 명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멕시코에서 도보로 북상을 이어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라호르나다 등 멕시코 언론과 AP통신에 따르면 남부 치아파스주의 고속도로에서 이민자 행렬이 우익스틀라 마을을 향해 걷고 있다.
주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출신인 이들 이민자들은 과테말라를 거쳐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로 들어온 후 지난 23일 새벽 한꺼번에 타파출라에서 출발했다.
상당수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이민자들은 최대한 단출하게 꾸린 짐을 들고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지만, 멕시코 정부는 이들이 일단 멕시코에서 망명이나 비자를 신청해 자격을 얻은 후에야 치아파스를 벗어나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망명 절차 등이 한없이 더딘 탓에 많이 이민자가 타파출라에 기약 없이 발이 묶였고, 참지 못한 이들이 북상을 시도한 것이다.
비자 신청 후 타파출라에서 두 달을 기다렸다는 온두라스 출신의 호세 안토니오는 AP에 "(이민당국이) 예약이 꽉 차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여기엔 일자리도 없어 어쩔 수 없이 행렬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행 이민자들은 여정 중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로 무리 지어 육로로 이동하곤 하는데, 이러한 '캐러밴' 이민자들은 최근 좀처럼 미국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2∼3년 전만 해도 멕시코 등 경유 국가들은 캐러밴 이동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으나, 미국 정부가 이들 국가에 불법 이민자 차단을 압박하면서 군경의 경비가 더욱 삼엄해졌다.
올해 초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캐러밴이 과테말라에서 막히고, 앞서 타파출라를 떠난 캐러밴도 군경에 몇 차례 해산됐다.
이번 캐러밴의 도전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멕시코 국가방위대과 군, 이민당국 요원들이 우익스틀라 바깥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군경의 방어에도 소규모로 북상을 감행한 이민자들은 계속 늘어나면서 지난 1년간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적발된 밀입국자의 수는 170만 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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