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재집권 후 첫 크리켓 해외 경기인 월드컵서 승전보
대변인 등 축하 메시지…카불 시내 분위기는 비교적 조용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스포츠 대부분을 금지했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도부가 자국 크리켓팀의 국제대회 승리에 앞다퉈 축하 트윗을 날려 눈길을 끈다.
2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크리켓 국가대표팀은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에서 열린 T20 크리켓 월드컵 대회에서 스코틀랜드팀을 190 대 60으로 눌렀다.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아프간 크리켓 국가대표팀이 해외에서 국제경기를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 때는 스포츠와 오락 대부분을 금지했지만, 재집권 후에는 여성 스포츠를 제외한 운동 경기를 허용한 상태다. 크리켓의 경우 과거 통치기 초반에는 금지됐지만 크리켓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자 2000년부터는 예외적으로 허용되기도 했다.
아프간 크리켓팀의 승리가 확정되자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표팀에 축하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더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탈레반 과도정부에 의해 유엔(UN)대사로 임명된 수하일 샤힌도 트위터에 "잘했다"고 선수들을 격려하며 앞날의 승리에 신이 은총을 내릴 것이라고 썼다.
탈레반 도하 사무소 측도 "정치, 경제, 과학 등의 분야에서도 비슷하거나 더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한다"며 기뻐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인권 존중 약속 등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며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도부의 이번 트윗 축하 세례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오랜 내전에 시달렸던 국민들도 자국팀의 승리 소식으로 잠시 시름을 달랬다.
샤르자 경기장에서는 아프간 전 정부의 국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이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다만, 수도 카불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과거에 이런 승리 소식이 전해지면 거리는 기뻐하는 주민들로 넘치고 불꽃놀이와 자축 총성이 밤새 이어지곤 했지만, 이번에는 작은 규모의 불꽃놀이만 목격됐다.
16세기 영국에서 탄생한 크리켓은 남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크리켓 월드컵은 ODI(하루 일정으로 진행되는 국제경기) 형식으로 치러지는 일반 월드컵과 이보다 투구 수를 더 줄인 T20 월드컵으로 나눠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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