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광선 아닌 X선 밝기 변화 이용…"다른 세계 찾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 개척 중"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리 은하 밖에서는 처음으로 외계행성으로 볼 수 있는 신호가 포착됐다.
태양계 밖 외계행성은 1990년대 초 처음 관측된 이래 지금까지 행성후보를 포함해 5천개 가까이 발견했지만 대부분이 3천 광년 이내로, 모두 우리 은하 안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의 로잰 디 스테파노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을 통해 수천배 이상 더 먼 약 2천800만 광년 밖 나선은하 '메시에 51'에서 행성 후보를 발견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M51은 독특한 모양 탓에 '월풀 은하'로도 불린다.
연구팀은 찬드라와 유럽우주국(ESA)의 XMN-뉴턴 망원경으로 메시에 51을 비롯해 3개 은하 220개 행성계를 뒤진 끝에 이 행성 후보를 찾아냈다.
디 스테파노 박사는 이에 대해 "다른 은하의 행성을 찾을 수 있는 전략인 X선 파장을 이용한 탐색으로 다른 세계를 찾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시도하는 중"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외계 행성이 항성 앞을 지나는 이른바 천체면 통과(transit) 때 별빛이 줄어드는 것을 포착해 행성의 존재를 확인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전자기파인 가시광선의 변화로 이를 찾아온 것과 달리 강한 X선을 방출하는 쌍성계의 X선 밝기 변화를 통해 행성을 포착했다.
주로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주변 동반성(짝별)의 물질을 빨아들일 때 초고온 상태가 되면서 강한 X선을 방출하게 되는데, 이를 방출하는 부위가 넓지 않다 보니 행성이 지날 때 이를 완전히 가리게 된다. 이 때문에 거리는 훨씬 멀지만, 가시광선의
미세한 변화만으로 가까운 거리의 외계 행성을 포착하는 것보다 더 용이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관측법을 활용해 M51-ULS-1 쌍성계에서 외계 행성 후보를 찾아냈다.
이 쌍성계는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과 태양의 약 20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짝별로 구성돼 있다.
찬드라 망원경으로 포착한 X선 자료상의 천체면 통과는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는데 이 시간 동안 X선 방출은 완전히 가려져 0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외계 행성이 대략 토성 크기이고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을 태양∼토성의 두 배에 달하는 거리를 두고 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우리 은하 밖에서 확인된 최초의 행성이 되려면 추가 확인이 필요한데 짝별 앞으로 지나려면 약 7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난제가 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의 니아 이마라 박사는 "불행하게도 우리가 관측한 것이 행성인지를 확인하려면 다음 천체면 통과 때까지 수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면서 "게다가 공전 주기가 얼마나 되는지 확실치 않아 언제 관측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가스와 먼지 구름이 X선의 밝기를 줄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M51-ULS-1 쌍성계에 실제로 행성이 존재한다면 이미 초신성 폭발 과정을 거쳐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는 과정을 거친데다 앞으로는 동반성의 초신성 폭발을 겪어야 해 미래도 험난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은 M51보다 훨씬 더 가까워 천체면 통과 시간이 더 짧은 외계행성을 찾아낼 수 있는 M31과 M33 은하에 대한 찬드라 우주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다시 분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우리 은하 내에서도 X선을 이용해 외계행성을 찾아낼 수 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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