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없이' 독일 연방하원 새 출범…여성 하원의장 선출

입력 2021-10-27 02:37  

'메르켈 없이' 독일 연방하원 새 출범…여성 하원의장 선출
쇼이블레 퇴임 하원의장 50년 정치역정 갈무리 "의회는 싸워야 하는 곳"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한 달 전 총선에서 선출된 독일의 연방하원이 26일(현지시간) 새로 출범했다.
736명으로 불어난 새 하원의원들은 역대 세 번째로 여성인 신임 하원의장을 선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31년 만에 연방하원직을 잃었고, 볼프강 쇼이블레 전 하원의장은 50년에 가까운 정치역정을 마무리하고 평범한 의원으로 돌아갔다.


독일 연방하원은 이날 20대 하원 원 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열고, 새로 출범했다.
새로 구성된 하원은 이날 의장단을 선출했다.
신임 연방하원 의장으로는 배르벨 바스 사회민주당(SPD) 원내부대표가 투표에 참여한 724명 중 576명의 표를 얻어 선출됐다. 하원의장직은 독일 내 서열 2위 직위다.
바스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1949년 이후 세 번째 여성 의장인데, 책임이 항상 공정하게 배분됐던 게 아니기 때문에 영광스럽지는 않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더 젊어지고, 다양해진 새 연방하원은 앞으로 정치를 외면한 이들, 배려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이들을 챙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바스 의장은 2009년부터 연방하원의 일원이며 2019년부터 사민당 원내부대표를 지냈다.
바스 의장은 안네마리 렝거(1972∼1976년)와 리타 쥐스무트(1988∼1998년) 전 의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여성 하원의장이 됐다.
하원의장은 제1당에서 맡게 돼 있다.

19대 연방하원에서 의장을 맡았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기독민주당(CDU) 의원은 이제 평범한 의원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곳은 우리가 싸울 수 있는 곳이자 싸워야 하는 곳"이라며 "공정하고 규정에 따라 열정적으로, 동시에 침착하게 싸워 격앙된 공공에 표본이 되고, 크고 논쟁적인 토론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1972년 처음 연방하원에 입성한 그는 가장 오래된 하원 구성원으로서 20대 연방하원 원 구성을 위한 회의를 개회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50년에 가까운 최고위 정치 역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총리실장, 재무장관, 내무장관을 지냈다. 동서독 통일 조약 협상을 주도했으며, 하원 연설을 통해 베를린이 통일수도가 되게끔 했다.
국회 부의장에는 이본 막와스(기민당), 클라우디아 로트(녹색당), 볼프강 쿠비키(자유민주당), 아이단 외조귀즈(사민당), 페트라 파우(좌파당) 등이 선출됐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31년 만에 연방하원 직을 잃어, 귀빈 관람석에서 본회의를 지켜봤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함께였다.

20대 연방하원은 19대보다 27명 늘어난 736명에 달한다. 전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큰 규모다.
여성 의원 비율은 기존 31.0%에서 34.7%로 상승했다. 이민 배경을 지닌 의원들도 기존 8.2%에서 11.3%인 83명으로 늘어났다.
평균연령은 49.4세에서 47.5세로 낮아졌다. 최연소 의원은 23세인 녹색당의 에밀리아 페스터 의원이다.
전체 의원 중 279명은 초선 의원이다. 한국계로는 사민당의 이예원 의원이 처음으로 연방하원에 입성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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