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양대 축
풍력·수력·태양광·원자력 증설 예고…부처별 계획 추가발표 전망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정부가 2030년까지 자국 내 탄소 배출이 정점을 찍고 줄어들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실행하는 '액션 플랜'을 공개했다.
중국의 장기 저탄소 정책은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기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국무원이 26일 밤 공개한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 정점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 방안에 관한 통지'는 2060년 탄소 중립 실현으로 가는 길의 중간 반환점인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도달 때까지의 행동 방안을 담은 '액션 플랜'의 성격을 띤다.
◇ 화력발전 신설 억제·노후 발전소 도태
중국은 대대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첨단기술을 통한 에너지 효율 개선이라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을 통해 2030년 이전 탄소 정점 도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큰 구상을 밝혔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중국은 가장 먼저 전력 생산에서 석탄 의존도를 낮춰 나가는 한편 잔존하는 석탄발전소의 효율성도 개선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국무원은 통지에서 신규 화력발전 프로젝트를 엄격히 통제하는 가운데 일부 새로 짓는 화력발전은 국제 선진 수준의 에너지 효율 표준에 반드시 도달하게 하고 노후한 화력발전 시설을 점진적으로 도태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화력발전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70%가 넘는다. 중국의 화력발전은 석탄화력발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극히 일부가 천연가스 화력발전이다. 이로 인해 석탄에 의존하는 중국의 화력발전은 중국에서도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이다.
발전 산업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유도하고자 중국은 지난 7월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시장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소에는 발전 기업 2천여 곳이 참여했다. 발전 기업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각자 탄소배출권을 배정받는 데 감축 노력을 통해 탄소배출권이 남은 기업은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이 모자란 기업에 팔 수 있다.
◇ 풍력·태양광 발전 복합기지 건설 붐 예고
중국은 석탄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풍력·태양광·수력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 시설은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국무원은 의견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 대규모 개발을 전면적으로 추진해 풍력 및 태양광 발전 기지를 서둘러 건설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의 풍력과 태양광을 합친 발전 용량이 12억㎾가 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한 초대형 친환경 발전 기지 건설이 매우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중국은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 때 확정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에서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생산을 '대폭 증가'시킬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동북3성, 네이멍구자치구, 신장자치구, 티베트자치구, 윈난성, 쓰촨성 등 서북부 지역 8곳에 태양광·풍력·수력 발전 시설을 결집한 초대형 청정에너지 클러스터(기지)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전통적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는 수력발전 용량도 증설된다. 2025년과 2030년까지 각각 수력발전 용량을 4천만㎾ 안팎씩 늘리겠다는 내용이 이번 '액션 플랜'에 담겼다.
중국은 지난 6월 제2의 싼샤(三峽)댐'이라고 불리는 세계 두 번째 규모 수력발전소 바이허탄(白鶴灘)댐의 발전설비를 정식 가동했다.
바이허탄댐의 총 발전 설비용량은 1천600만㎾로 연간 620억kWh의 전력을 생산 가능하며, 이는 미국 후버댐의 15배 이상이다.
쓰촨(四川)성과 윈난(雲南)성 사이에 있는 창장(長江) 상류 진사장(金沙江)에 위치한 바이허탄댐 수력발전소 건설에는 2천200억 위안(약 38조5천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동부 연안의 경제 발전 지역까지 공급될 예정이다.
◇ 원전 '적극 발전' 방침…동남부 연안 집중에 주변국 우려
아울러 중국이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점이다. 중국 원전은 대부분 한국과 가까운 산둥성을 포함한 동남부 연안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원전 확대는 주변국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무원은 이번 통지를 통해 원전 역시 '적극적이고 안전하며 질서 있게' 발전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는데 우리나라에서 큰 우려가 제기된 해상부유식 원전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원자로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에도 변화가 없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동남부 연해 지방을 중심으로 첨단 3세대 원전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2025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2020년 말의 51GW(기가와트)에서 70GW로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중국에서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4.9%로 아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지만 이 비중은 2009년 1.9%에서 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올해 1월 기준 가동 중인 원전 설비량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9만6천553㎿), 프랑스(6만1천370㎿)에 이어 3위(4만7천498㎿)를 기록 중이다.
중국이 현재 무려 50여기에 달하는 원자로를 새로 짓고 있거나 짓기로 계획한 반면 미국과 프랑스가 새로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인 원자로는 각각 5기, 1기에 그쳐 수년 안에 중국은 원전 운영 규모에서 세계 1위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2030년 청정에너지 비율 40% 목표…수소차도 발전 기대
교통 산업 부문에서의 큰 변화도 예고됐다. 중국은 2030년까지 전기·수소·액화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의 비중이 40%가량이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변화가 클 것으로 예고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각종 전기차가 가장 많이 보급된 나라인데 향후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통지에서 "신에너지 자동차를 전력으로 보급해 전통 화석연료 자동차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번 통지에서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11월 국무원은 이미 '14·5계획'(14차 5개년 경제계획)이 마무리되는 2025년 자국에서 팔리는 차량 중 20%는 친환경차가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신에너지차 시장으로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작년 중국 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10만9천대로 작년 동기보다 9.8% 늘었다.
중국 당국이 신에너지차로 분류하는 차량의 대부분은 순수 전기차(B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이다.
작년 중국에서 판매된 차량 중 신에너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7%였는데 이 비중은 더욱 빠르게 높아질 전망이다.
그간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향후에는 한국의 현대차가 주도하는 수소 전기차 분야의 발전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중국 재정부, 공업정보화부, 과기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중앙정부 유관 부처들은 지난 8월 '수소 연료전지차 시범 응용 상하이 도시군'을 지정했는데 중국에서 여러 도시가 연결된 도시군이 수소전기차 시범 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편 중국 국무원이 내놓은 '통지'는 중앙정부가 총론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서 각 산업별 구체적인 목표 수치가 제시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향후 발개위, 공업정보화부 등 관계 부처들이 각각 분야별 상세 계획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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