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이 된 페이스북…"사업모델에 문제" 지적도

입력 2021-10-27 12:13   수정 2021-10-27 14:32

'공공의 적'이 된 페이스북…"사업모델에 문제" 지적도
"이용자 늘리려 혐오 방치" 내부 고발 후 연일 언론 집중포화
SEC 조사 가능성에 수익성 악화 우려까지…"비판 너무 과해"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연일 미국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혐오발언 등을 방치했다는 내부 고발 이후 미 언론의 비판 보도가 이어지며 페이스북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매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가능성까지 겹친 데다 페이스북의 사업모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어 위기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일명 '페이스북 페이퍼'로 불리는 이번 사태의 발단은 페이스북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의 내부 고발이었다.
페이스북에서 알고리즘 개발 업무를 하다 지난 4월 퇴사한 하우건은 페이스북이 유명인의 인종 혐오 발언이나 가짜뉴스 게시물을 지우지 않았고, 자회사 인스타그램에도 특정 게시물이 청소년 자살률을 높이는 등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삭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실상이 담긴 페이스북 내부 문건 수백건을 미 SEC와 하원에 제출했다.
미국의 17개 언론사는 이례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이 문건을 토대로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내보냈다.

하우건은 지난달 미 상원 청문회에 이어 2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도 출석해 페이스북의 이면을 직접 폭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분노와 증오"라면 페이스북이 조회 수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이용자들을 극단으로 몰아넣고 증오를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미 언론의 후속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CNN비즈니스는 26일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고문이었던 로저 맥너미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맥너미는 "페이스북의 사업 모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30억명이 경계와 안전망이 없는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감정적으로 강렬한 콘텐츠 홍보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한다는 것"이라며 "이용자들을 매우 정확하게 타게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백인 우월주의와 백신 반대 등 사회 변두리에 있던 생각들이 갑자기 주류로 떠오르면서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문제는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사업 모델이고 무자비하게 이익을 좇는 문화"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현재 겪는 주요 문제는 모두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플랫폼에서 악화한 것이라며, 당국의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 페이스북은 당국의 규제 가능성에도 노출돼 있다.
앞서 하우건은 "페이스북이 당국과 투자자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며 최소 8건의 고발장을 SEC에 제출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회사와 임원진에 벌금과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혐의다.
다만 실제 제재가 이뤄지려면 경영진이 이러한 문제를 숨기거나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고, 이 정보가 외부에 공개됐을 때 주주 거래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점을 SEC가 입증해야 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SEC가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 개시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SEC의 전 법정 변호사인 하워드 피셔는 NYT에 페이스북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크다는 점에서 조사 가능성은 크지만, 명확한 사례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부의 맹공 속에서도 일단 페이스북의 실적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시장 눈높이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향후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페이스북은 전날 3분기 매출액 290억1천만달러(약 33조9천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작년 동기에 비하면 35% 많지만, 시장 예상치(295억7천만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페이스북은 4분기 가이던스(잠정 전망치)도 시장 기대보다 낮은 315억∼340억 달러를 제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훨씬 더 나쁜 성적을 예상했지만 일단 재난을 피한 것으로 충분해 보인다면서도, 그보다 투자자들의 수익성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애플의 사생활 보호조치로 페이스북 광고 수입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언론이 이례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 회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내는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 매체 내셔널리뷰는 "마크 저커버그는 언제 공공의 적 1호가 됐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유해한 콘텐츠를 걸러내는 일을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비유했다.
이 매체는 "시스템이 너무 커져 이용자가 수십억 명에 이르면, 어떤 관리자도 모든 게시물의 적절성을 신속하게 검토·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는 망치, 총과 같은 도구"라며 "도구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전적으로 이용자와 그 목적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도 하우건의 주장을 일축하며 반박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언론이 자사 문건을 선별적으로 이용해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하우건은 해당 주제의 담당 전문가가 아니며 그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문건이 수백만 건은 있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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