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크기만 클 뿐 진짜 엄니는 아냐…독립적으로 진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코끼리 상아처럼 앞니나 송곳니가 길고 커져서 입 밖으로 돌출한 '엄니'(tusk)는 공룡시대 이전인 약 2억7천만∼2억100만 년 전에 살던 '디키노돈트'(dicynodont)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디키노돈트는 위턱에서 돌출한 독특한 엄니로 "두 개의 송곳니"라는 뜻의 이름까지 갖고 있지만 모두 엄니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필드뮤지엄에 따르면 하버드대학의 미건 휘트니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디키노돈트의 엄니를 분석해 현존 포유류 엄니와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
엄니는 덩치가 큰 코끼리가 가진 상아에서 기니피그를 닮은 바위너구리의 작은 앞니까지 다양하지만, 포유류만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파충류나 어류, 조류 등 다른 동물군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특징이다.
공룡시대 이전에 살던 디키노돈트는 176년 전 처음으로 화석이 발견됐다. 크기가 쥐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위턱에 달린 송곳니에다 거북과 같은 코를 가져 파충류처럼 생겼지만 현대 포유류가 현존하는 근연종이다.
연구팀은 디키노돈트의 엄니를 분석하기 위해 모호한 엄니의 개념을 다시 정리했다. 우선 이빨이 입 밖으로 돌출해 있어야 하고 평생 계속 자라며, 표면은 인간의 이처럼 단단한 법랑질이 아닌 상아질로 덮여있는 것만을 엄니로 규정했다.
코끼리와 바다코끼리, 혹멧돼지, 바위너구리 등의 엄니가 이런 기준에 부합했다. 설치류 이빨은 입 밖으로 돌출하고 계속 자라기는 해도 법랑질로 덮여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엄니로 분류할 수 없는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상아질과 법랑질 이빨이 상쇄 관계에 있는 서로 다른 진화 전략을 가진 것으로 분석하면서, 법랑질 이빨은 상아질보다 더 강하지만 턱의 구조상 평생 자라는 이빨을 가지려면 법랑질로 덮여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엄니를 가진 동물이 이를 싸움이나 뿌리를 캐는 데 이용해, 지속해 자라지 않는 법랑질 이빨로는 대처할 수 없는 위험을 감당해 온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디키노돈트의 이빨이 엄니인지를 분석하기 위해 잠비아 등지에서 발굴된 디키노돈트 10종 19개 화석의 이빨을 종이처럼 얇게 썰어 현미경으로 미세구조를 살폈다. 또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이빨이 두개골에 붙어있는 형태와 계속 자란 증거가 있는지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는 진짜 엄니로 밝혀졌지만 초기 종을 비롯한 일부 종은 크기만 클 뿐 법랑질로 덮여있는 등 엄니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키노돈트 모두에서 엄니가 진화한 것이 아니라 일부에서만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이다호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 브랜든 피쿡은 "디키노돈트는 공룡시대 이전에 가장 많고 종류도 다양했던 지상 척추동물로 엄니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일부만 진짜 엄니고 나머지는 그냥 큰 이빨이라는 점은 우리가 밝혀낸 훌륭한 진화 사례"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낸 진짜 엄니의 초기 사례는 진화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