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언론 십자포화 속 연방거래위원회, 과거 합의 위반 조사
페북, 직원들에 "2016년 이후 모든 문건·통신내용 보존하라" 당부
(뉴욕·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강건택 정성호 특파원 = 내부 고발자의 폭로와 미국 주요 매체들의 집중 보도로 곤경에 처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미 연방정부의 조사까지 받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폭로된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부터 WSJ은 '페이스북 파일' 연속 탐사기획을 통해 페이스북이 자체 연구를 벌여 자사 알고리즘이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고, 자회사 인스타그램 앱이 10대 소녀를 비롯해 이용자들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러한 보도는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이 제공한 내부 문건들을 토대로 이뤄졌다.
하우건은 미 의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일명 '페이스북 페이퍼'로 불리는 이들 문건을 제공했고,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 미 17개 언론사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기업들의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영업 관행을 규제하는 담당 기관인 FTC가 칼을 빼든 것은 페이스북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기업들에 비판적인 리나 칸 위원장이 이끄는 FTC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번 조사에서 FTC는 페이스북 문건들에서 드러난 이 회사의 사업 관행이 지난 2019년 프라이버시 우려에 관해 FTC와 페이스북이 체결한 합의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 관계자가 WSJ에 전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영국 정치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넘긴 사실이 드러나 FTC에 5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FTC의 조사 착수와 관련해 페이스북은 성명을 내고 "규제당국의 질의에 답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정부 조사에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의회는 FTC의 조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페이스북에 엄중히 경고하는 한편 FTC엔 철저한 법 집행을 주문했다.
상원 소비자보호소위원회를 이끄는 리처드 블루먼솔(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이 의회와 대중에 이러한 정보를 숨긴 것처럼 FTC에도 숨기려 한다면 FTC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 마키(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3명은 지난 8일 FTC에 서한을 보내 페이스북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도 직원들에게 각종 문서와 주고받은 통신 내역을 보관하라고 요청했다.
페이스북은 26일 밤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부와 입법부가 회사의 운영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며 "사업과 관련된 2016년 이후의 내부 문건과 통신 내용을 보존하라"고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조치는 '증거 보존'으로 불리는 절차로 소송이나 수사 등이 임박했을 때 관련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6년 1월 1일 이후의 모든 자료를 보존하라면서도 메신저인 왓츠앱과 증강현실(AR) 스튜디오 '스파크 AR', 사내 벤처인 '신제품 실험 그룹'에 대해서만 다룬 문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또 암호화된 메시지도 보존하라고 권고하면서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금세 삭제되는 업무용 메시지 서비스도 이용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사내 게시판인 '워크플레이스'에 증거 보존 조치와 관련한 게시물을 올리거나 이를 논의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 회사는 "아마도 알고 있듯 우리는 현재 광범위한 언론 보도의 초점이 되고 있다"며 "이런 종류의 보도 뒤에 통상 그렇듯이 정부와 입법 기관으로부터 회사 활동에 관한 많은 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전날 밤 증거 보존 조치가 내려졌다고 확인하면서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대변인은 "서류 보존 요청은 법적 조사에 대한 대응 절차의 일부"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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