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낙관론…재정지출 확대·세금 인하
내년 물가 4%↑·이자부담 증가 우려…"작은 정부로는 선거 못이긴다 판단"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충격을 넘어 새롭고 강한 경제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낙관론을 펼치며 재정을 크게 푼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121조원(750억파운드) 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놨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수낙 장관은 앞서 발표한 인프라, 교육 등 공공서비스 투자 확대 방안에 더해 공공지출 확대, 세금 인하, 저소득 가구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이 큰 유통업체, 식당 등에는 사업체가 차지하는 부동산 등의 임대료에 기반한 사업세율(business rate)을 낮춰준다.
주세를 인하하고 생활비 상승으로 어려운 저소득 근로가구엔 지원을 확대한다. 생활임금(national living wage)은 시간당 9.5파운드(1만5천290원)로 6.6% 올린다.
모든 중앙부처 예산을 늘리고 삭감했던 해외 원조도 2024년까지 원상복구한다.
당초엔 수낙 장관이 성장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지만 일상 지출은 조일 것으로 전망 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체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하는 모습이었다.
수낙 장관은 의회 연설에서 "이번 예산안은 코로나19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경제와 낙관의 시대를 대비하는 작업을 시작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세기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공공 지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3월부터 단계적으로 코로나19 봉쇄를 푼 뒤로 경기가 기대보다 빠르게 반등해 세수확대가 예상되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월에 발표한 4.0%에서 6.5%로 크게 올렸다.
이 덕에 영국 경제가 올해 말이면 코로나19 이전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전망 보다 반년 빨라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상흔도 국내총생산(GDP)의 3%에서 2% 손실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같은 경제성장세는 정부가 빚을 예상보다 덜 낼 수 있도록 한다. 정부 차입은 올해 GDP의 7.9%에서 내년 3.3%로 줄어든다. 작년엔 15.2%로 전후 최고수준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가 경제전망 상향으로 연 350억 파운드(약 56조원), 세금인상으로 연 360억파운드(약 58조원)를 더 걷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수낙 장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금리 상승으로 부채비용이 크게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예산책임처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평균 4%를 기록할 것이며 거의 5%에 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블룸버그는 재정지출이 계속 되면 인플레이션을 더 밀어올리고 정부의 부채비용을 늘리며 가계 재정에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다음 총선이 있는 2024년까지 세금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수낙 장관과 보리스 존슨 총리는 작은 정부 약속으론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재정지출 확대는 납세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영국 정부는 올해 초 코로나19 청구서를 내밀며 세금인상을 예고했다. 현재 영국 국민의 세금 부담은 약 70년 만에 가장 크고 올해 세금인상폭은 1993년 이후 최대다.
스카이뉴스는 경기 전망 경로가 바뀌면 세금인하는 어려워진다고 짚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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