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법원, 이혼 부부에 '강아지 양육권' 분할 판결

스페인 법원, 이혼 부부에 '강아지 양육권' 분할 판결
"물건 아닌 생명체" 인식전환 감지
대다수 국가에서 소유한 물건 취급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스페인의 마드리드 지방법원이 이혼한 부부가 키우던 개를 한 달씩 번갈아 돌보도록 판결했다고 영국 BBC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최근 이혼한 스페인 커플이 함께 키우던 개 '판다'를 누가 돌봐야 하는지를 놓고 소송을 벌인 끝에 이런 판결이 내려졌다.
스페인 국영방송 RTVE는 마드리드 법원이 판다의 입양 계약서와 가축병원 진료 영수증, 부부와 판다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근거로 이렇게 판결했다고 전했다.
판사는 판다가 함께 찍힌 사진에 대해 "부부와 자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처럼 보인다"면서 "제시된 증거는 원고와 개 사이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입증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 이혼하는 부부는 자신들이 함께 키우던 반려동물에 대한 공동 보육권을 주장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소송을 제기한 '로 앤 애니멀스 로펌'의 롤라 가르시아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선구자적"이라고 평가하고, "소송 원고는 판다의 공동소유자가 아니라 공동 양육권자이며 공동의 책임자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규정하는 새 법안을 제정하는 중이지만 가르시아 변호사는 1987년 발효됐고 2017년 스페인 국회가 비준한 '애완동물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지금도 개는 자동차나 집 또는 기타 소유물과 같은 무생물로 취급되며 개 양육 소송에서는 누가 유일한 소유자인가를 놓고 다툴 뿐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이혼 후 애완동물을 누가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관련 법이 아예 없다.
프랑스는 2014년 애완동물을 동산이 아닌 '살아 있고 느끼는 존재'로 취급하도록 법을 바꿔 이혼한 부부가 반려동물에 대해 '공동 양육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일찌감치 열어줬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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