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아리 시력으로 본 수면 위 사람과 바다표범 구분 안 됐다

입력 2021-10-28 12:08   수정 2021-10-28 14:06

백상아리 시력으로 본 수면 위 사람과 바다표범 구분 안 됐다
상어 공격 먹이착각설 입증…파도타기 널에 LED등 설치 방안 등 검토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백상아리는 지독히 시력이 나빠 수영을 하거나 파도를 타는 사람을 바다표범 등과 구분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백상아리가 사람을 먹이로 착각해 공격한다는 가설을 처음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호주 매쿼리대학교 신경생물학자 로라 라이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맨몸으로 수영하거나 파도타기 널(서프보드) 위에 엎드려 손발을 젓는 사람을 아래에서 수중촬영한 뒤 백상아리 시력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 저널 인터페이스'(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발표했다.
AFP통신과 매쿼리대학 등에 따르면 인간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상어종인 백상아리는 먼 거리에서 소리와 냄새로 먹잇감을 파악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시력에 의존해 사냥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색깔을 거의 구분할 수 없는 색맹인데다 시력도 인간의 6분의 1밖에 안 돼 형체만 겨우 구분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먹잇감으로 삼는 바다표범이나 바다사자 등 수중 육식 포유류인 기각류(?脚類)와 인간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인간의 수영이나 파도타기 널 위에서 손발을 젓는 장면이 기각류가 지느러미발을 젓는 것과 유사하다"면서 인간과 기각류 간 차이보다 기각류 간 형체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시드니 인근 타롱가동물원의 대형 수족관 바닥에서 바다표범과 바다사자, 인간이 수영하는 장면과 함께 다양한 크기의 파도타기 널 위에서 손발을 이용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패들링) 장면을 촬영한 뒤 백상아리에 관한 신경과학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시력에 맞춘 필터를 적용했다.
그 결과, 인간과 기각류의 "동작이나 형체 어떤 것도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파도타기 널이 작을 때는 기각류와 구분하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는데, 새끼 기각류를 주로 사냥하는 백상아리에게는 긴 널보다는 더 유혹적인 사냥감일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상어가 인간을 공격한 사례는 60건이 안 되지만 상어 공격에 대한 "불균형적" 두려움을 유지하기에는 충분해 멸종위기종 상어나 관련이 없는 종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백상아리가 주로 파도타기 널을 타는 사람을 먹이로 착각해 공격하는 점을 고려해 널에 발광다이오드(LED)등을 다는 등 시각신호를 바꿔 공격을 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상어는 색맹이며, 백상아리 시력은 형체만 파악할 수 있어 잠수복이나 파도타기 널을 화려한 색으로 꾸며도 소용이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라이언 박사는 "이번 연구는 백상아리 시각에서 인간에 대한 먹이 착각 공격설을 들여다본 첫 사례"라면서 "백상아리가 왜 인간을 공격하는지 더 많이 알게 되면 상어의 공격을 피하면서 해양생물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더 나은 해결책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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