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개 계정에서 전체 혐오 글 70% 나와…로봇 사용 증거는 못 찾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영국 해리 왕자와 결혼한 메건 마클 왕자비가 트위터를 통한 온라인 괴롭힘에 시달려 온 가운데, 글이 일부 특정 세력의 주도하에 게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이 부부와 관련된 11만4천개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이들을 비난하는 글의 70%는 83개 계정에서 비롯됐다고 트위터 분석 프로그램인 '봇 센티널'(Bot Sentinel)을 통한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부부를 비난하는 트위터 글의 70%가 일부 특정 계정에서 만들어져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또 부부를 비난하는 글의 80%는 마클을 모욕하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는 "83개 계정 중 55개 계정은 주로 이들을 혐오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만들어졌고, 28개 계정도 이 55개 계정에서 만들어진 글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들 계정의 팔로워는 총 18만7천631명으로 집계됐다.
일부 트윗글은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계정간 상호작용은 자연스럽지 못했고, 커플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노력한 표가 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봇 센티널의 최고 임원 크리스토퍼 부지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계정들이 로봇 등 알고리즘을 통해 생성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보고서에 나온 55개 계정 중 4개를 정지했다.
하지만 이들 계정에서 한명이 여러 계정을 이용하는 등 조작이 이뤄진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부지는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이 부부에 대한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부지는 또 미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에 대한 공격에 동기는 없었다"며 그가 그동안 봤던 여느 집단혐오 운동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어떻게 트위터를 조작하면서 계정 정지와 탐지를 피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클 부부는 결혼 이후 트위터 등 온라인상에서 모욕에 시달렸다.
마클과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의 팬들은 왕실 공식 소셜미디어에서 댓글을 통해 서로 '막말 전쟁'을 벌이기도 했고, 왕실은 2019년 3월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악성 댓글을 차단해야 했다.
두 사람은 영국 왕실에서 독립하게 된 계기 중 하나로 소셜미디어의 해악성을 언급했으며 지난 1월에는 소셜미디어 이용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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