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코크 "내 선택 권리 뺏긴 거 같아 안해…나도 혼혈 가정 출신"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리켓 국가대표팀의 유명 선수가 경기 시작 전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M)'를 지지하는 한쪽 무릎 꿇기 제스처를 한때 거부했다가 28일(현지시간) 결국 사과했다.
남아공 크리켓 국가대표팀 선수인 퀸톤 드 코크는 지난 26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T20월드컵 대회의 서아프카제도팀과 경기 시작 전 무릎 꿇기를 거부했다.
그는 이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앞서 남아공 크리켓협회는 경기에서 일부 소속 선수는 무릎을 꿇고 드 코크를 포함한 일부 선수는 그렇지 않고 서 있자 전부 일괄적으로 무릎을 꿇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드 코크는 이를 거부하면서 크리켓 운동계뿐 아니라 남아공 국내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남아공은 1994년 흑인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했지만, 아직도 인종차별주의가 민감한 이슈이다.
일부에선 크리켓협회가 모든 선수에게 강제로 무릎을 꿇린 것은 너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크리켓협회는 팀 주장 출신인 그가 다시는 남아공 국가대표 선수로 뛸 수 없게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 코크는 28일 성명에서 "내 행동으로 말미암아 상처 입은 사람들이 있다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고 AFP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강제했기 때문에 반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기 시작 전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가는 데 무릎 꿇기 지시가 내려와 자신의 선택지가 사라진 것 같았고 다른 선수들도 불편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다음날인 27일 저녁 크리켓 협회 측과 선수들 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서로 오해를 풀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BLM 캠페인이 있기 전부터 내 삶은 BLM과 연관됐다"면서 자신의 의붓어머니가 흑인이고 한쪽 부모만 같은 누이들도 혼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릎 꿇기가 교육 목적으로 유효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낫게 한다면 나도 기꺼이 무릎을 꿇겠다"며 "남아공 국가대표로 뛰는 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협회 측은 그의 사과를 수용하기로 했다.
남아공 크리켓팀은 소속 선수가 모두 계속해서 무릎 꿇기를 하기로 했다. 현재 남아공 크리켓 팀 주장은 처음으로 흑인 선수가 맡고 있다.
BLM 운동은 지난해 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체포된 후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사망하자 미국 안팎에서 반(反)인종차별 시위로 확산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