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기금 활용 …"기본생활비 집중 지원"ㆍ"세금인상 빌미" 논란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미네소타주의 일부 도시에 이어 일리노이주 시카고시가 저소득층 5천 가구에 매월 500달러(약 58만 원)를 '기본소득'(UBI)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리 라이트풋(59·민주) 시카고시장은 167억 달러(약 19조5천억 원) 규모의 2022년 예산안을 편성해 전날 시의회 승인을 받았다. 특히 예산안에는 기본소득제 시범 프로그램 운영비로 3천150만 달러(약 360억 원)가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내 최대 규모 기본소득 보장 프로그램 중 하나"라며 "연방정부가 지급한 코로나19 구제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카고시는 연방정부로부터 19억 달러(약 2조2천억 원) 이상의 코로나19 피해 지원금을 받았다.
만년 재정적자 상태인 시카고시는 코로나19 구제기금과 재산세 인상 계획 등을 토대로 내년 지출 규모를 금년 보다 무려 30%나 늘렸다.
라이트풋 시장은 "폭력 방지, 저소득층 주거문제 및 정신건강 등에 대한 지출을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예산안이 민주당 주도의 시의회에서 35대15로 가결된 후 "도시 역사상 가장 진보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지출 계획"이라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제 시범 운영안을 발의한 길버트 비예이가스 시의원은 "연간 소득이 3만5천 달러(약 4천만 원) 미만인 성인 가운데 5천 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건없이 500달러씩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첫 6개월간 수혜자의 지출 내역을 추적·확인해 난방비·식비 등 기본 생활비에 집중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기본소득제가 근본적 빈곤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연방 기금이 고갈되는 2년 후 또다른 세금인상 빌미가 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닉 스포사토 의원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매트 오셰이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대규모 노동력 부족 상황에서 손에 현금을 쥐어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반문하면서 "자녀를 둔 부모가 일하러 나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탁아시설 등을 확충하는 것이 더 장기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레이몬드 로페즈 의원은 연방차원의 양적완화정책으로 막대한 현금이 풀려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 상태에서 결국 주민들에게 더 큰 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2019년 캘리포니아 주 스톡턴 시가 미국내 최초로 주민 125명에게 2년간 500달러씩을 지급하는 시험적인 기본소득 보장 프로그램을 선보여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어 미네소타 주도 세인트폴과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등이 유사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지난 26일 저소득층 3천200 가구에 월 1천달러씩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내용의 시범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29일부터 신청자 접수를 받는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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