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외신 보도 잇따라…내달 11일 또 '데드라인'
중국건설은행 수석전략가 "헝다-채권단 간 채무조정 협상 필요"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29일 유예기간 만료일을 앞두고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하면서 공식 디폴트 위기를 다시 한번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롄셔(財聯社)는 29일 복수의 채권 보유자들의 말을 인용해 헝다가 이날 유예기간이 끝나는 달러 채권의 이자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먼저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통신도 같은 취지로 전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헝다가 유예기간 종료일을 하루 앞둔 28일 이자를 지급했다고 구체적으로 전했다.
당초 헝다는 지난달 29일 예정일에 달러 채권 이자 4천520만달러(약 528억원)를 채권 보유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했다. 다만 달러 채권 계약서상 유예기간이 30일 있어 공식 디폴트가 선언된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29일을 헝다의 '2차 고비'로 보고 헝다가 이번에도 제대로 이자를 지급할 수 있을지 주목했다.
헝다는 지난 23일 가까스로 '1차 고비'를 넘긴 바 있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헝다가 지난 21일 유예기간이 끝나는 달러 채권 이자 8천350만달러(약 976억원)를 송금했다고 지난 22일 보도한 바 있다.
헝다 측은 이번 채권 이자 상환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중국 당국이 자국의 대형 부동산 업체들에 달러 채권을 잘 갚으라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헝다가 이번에도 데드라인을 앞두고 채권 이자를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26일 회의에서 헝다 이외 주요 부동산 기업 8곳을 소집해 달러 채권을 잘 상환하라고 요구하고 환전 등 절차 편의 지원 의사를 밝혀 시장에서는 이를 긍정적 소식으로 받아들였다.
또 중국 당국이 헝다 창업자인 쉬자인(許家印) 회장에게 개인 자산을 동원해서라도 부채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도 최근 있었다.
헝다가 해외의 달러 채권 보유 기관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28일 헝다 자문사인 훌리한 로키, 애드미럴티 하버 캐피털이 해외 채권자들을 자문하는 모엘리스, 커크랜드&앨리스와 향후 이뤄질 잠재적 대화를 위한 비공개 합의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헝다의 부채가 약 2조 위안(약 366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헝다의 유동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헝다의 디폴트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당초 헝다는 자회사인 헝다물업 지분을 매각해 3조원대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 위기를 넘기려 했지만 거래가 성사 직전 단계에서 무산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헝다는 최근 광둥성울 중심으로 완공을 앞둔 40곳의 건설 현장 운영을 우선 재개하는 등 사업 정상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헝다의 중국 내 건설 프로젝트가 280여 도시에 걸쳐 1천300여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내달 11일까지 헝다는 1억4천800만달러(약 1천731억원)의 달러 채권 이자를 또 내야 한다. 헝다는 지난 11일 이 이자를 내지 못했고 유예 기간이 내달 11일 끝난다.
또 헝다는 올 연말까지 추가로 4건에 걸쳐 3억3천800만 달러(약 3천955억원) 규모의 달러 채권 이자를 막아야 한다.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달러화·위안화 채권 규모는 74억 달러(약 8조6천억원)에 달한다.
홍콩의 중국건설은행 수석 전략가인 클리프 자오는 로이터 통신에 "헝다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모든 빚을 갚을 만큼 충분한 자금을 모으는 것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며 "헝다와 채권단 간에 '헤어컷'(채무조정)을 위한 일부 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헝다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 업계의 연쇄 디폴트 우려도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화양녠(花樣年·Fantasia), 신리(新力·Sinic), 당다이즈예(當代置業)가 디폴트를 냈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뤼디(綠地)홀딩스, 푸리(富力)부동산 등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10여곳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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