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한계로 백신 접종 후 항체 놓칠 수도…세포면역도 중요
"항체진단키트는 애당초 백신 효력 확인에 적용 안 돼"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다면 항체를 만들지 못하는 '물백신'을 맞은 것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국내에서 허가받은 항체진단키트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항체 생성 여부 확인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일축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에 '물백신'을 맞힌 것을 숨기기 위해서 항체진단키트를 못 쓰게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런 의혹은 근거가 없다는 게 식약처와 전문가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백신으로 항체가 생성됐는데도 이를 항체진단키트가 제대로 감지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30일 지적했다.
백신의 결함이 아니라 기술 방식상 항체진단키트 자체의 한계라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의 돌기 부분에 해당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방어 항체를 형성하는 원리로 개발됐다. 이와 달리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스파이크 항체뿐 아니라 바이러스 유전체를 감싸는 핵산단백질인 뉴클레오캡시드 항원에 대한 항체도 생긴다.
국내에서 식약처가 허가한 항체진단키트 중 일부는 뉴클레오캡시드 항체를 탐지하는 데 집중하도록 개발돼 백신 접종 후 생성되는 스파이크 항체를 놓칠 수 있다. 즉, 백신 접종 후 항체가 생성됐어도 이런 항체진단키트 로는 '음성'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는 코로나19 백신접종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성능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사용 목적 자체가 '백신 효력 확인'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면역력이 생겼는지 보다 정확히 확인하려면 어떤 검사를 해야 할까.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가장 정확한 방법은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등에서 면역반응을 확인할 때 쓰는 PRNT(plaque reduction neutralization test)법이다. 혈관 내 퇴적물(plaque)을 줄여 중화항체를 확인해 면역력을 가늠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바이러스 배양 과정을 동반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 의료기관에서만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완벽한 검증 수단은 아니다.
면역력은 항체와 중화항체에 의한 체액성 면역과 그 이외의 세포성 면역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단순히 항체진단만으로 면역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항체와 중화항체가 검출되지 않더라도 세포면역이 생겼다면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역으로, 이런 검사로 면역력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지 여부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항체가 얼마나 생성돼야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할 수 있을지에 관한 합의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식약처가 허가한 항체진단키트가 사용 목적과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문제도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위양성·위음성 가능성도 있다"며 "항체진단키트 판정 결과를 보고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력 형성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