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은 '인화성 난방기구 사용 금지' 조치까지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지금 캠핑장에 불이 났어요. 텐트에 불이 붙었어요."
최근 경남 지역 한 캠핑장에서 캠핑하던 김모 씨는 바로 옆 텐트에서 불이 치솟는 걸 보고 119에 신고했다.
불은 순식간에 텐트 한쪽을 태우며 맹렬한 기세로 타올랐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소화기 등으로 불을 진압했다.
텐트 내부에 화로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봐서 아마 화로에서 불이 붙은 것으로 보였다.
이를 목격한 한 캠퍼는 "내 텐트에서 15m 떨어진 곳에 화재가 발생해 깜짝 놀랐다"면서 "절대 텐트 안에서는 화로 사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을 본 한 시민은 "어떻게 텐트 내에 화로를 들일 생각을 했는지 말이 안 나온다"면서 "어쩌면 불이 났기 때문에 오히려 목숨을 건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화재는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양주시의 한 캠핑장에서도 타다 남은 숯에서 불이 번져 119가 출동해 진화했다.
아웃도어 전문가들은 최근 팬데믹 상황에서 아웃도어 인구가 급증했지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못한 초심자들도 많이 필드로 나오면서 이러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사고 우려가 커지자 국립공원공단은 전국 21개 국립공원의 캠핑장에서 인화성 난방기기 사용을 금지했다.
석유난로 등 유류를 사용한 난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전기 난방기기도 600W 미만만 사용할 수 있다.
고용량 전기 난방기기를 사용할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안전대책부 관계자는 "사설 야영장 등에서 화재가 잦아 불가피하게 인화성 난방기기 사용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은 이와 함께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마련해 동계캠핑을 즐기는 캠핑객들에게 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일부 캠퍼들 탓에 아웃도어 관련 규제가 강화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15년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인근의 한 펜션이 허가를 받지 않고 인디언 텐트를 설치한 채 불법으로 영업하다 불이 나 여러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캠핑 관련 법규가 강화되기도 했다.
당시 사고는 펜션의 불법 숙박업에 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텐트에서 인명 피해가 났다는 이유로 캠핑 관련 법규가 강화돼 관련 산업이 크게 위축받기도 했었다.
물론 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불법숙박업이라고 지적하지 않고 '캠핑장 사고'로 천편일률적으로 몰고 간 언론의 책임도 크다.
어찌 됐든 이후 까다로운 규제 기준을 맞추지 못한 시골 캠핑장들 가운데서는 문을 닫는 곳도 많았다.
"캠핑장 허가받기가 펜션 허가받기보다 더 까다롭다"고 말했던 강원도 홍천의 한 시골 캠핑장 업주의 한탄이 기억이 난다.
몇 년 뒤 팬데믹 영향으로 아웃도어 활동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제 캠핑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물론 강화된 규정 덕분에 더 안전하게 아웃도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이점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탓에 선량한 다수가 피해를 보게 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강원도 인제의 한 캠핑장 업주는 "방역 수칙을 지켜 달라고 요구해도 무시하거나, 허용된 용량 이상의 전열 기구를 사용하다 전체 캠핑장의 전기가 나가는 경우가 여전하다"면서 "모두를 위해 안전 수칙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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