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사슬서 '오래가는' 단백질 발견
전령RNA 제거해도 줄지 않고, 미토콘드리아 기능도 정상 유지
미국 소크 연구소·UCSD, 저널 '디벨로프멘털 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어떤 사람이 한 세기(100세) 넘게 장수하는 건, 몸 안의 주요 생물학적 시스템이 계속해서 안정 상태를 유지해야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장수의 비결이 무언지 궁금해했다.
인체의 생리학적 시스템은 단백질, 생체 분자 등 수많은 역동적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다양한 조직의 특정 세포들이 어떻게 100년 넘게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인간의 장수와 연관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이 누적된 단백질은 제거 과정을 거쳐 새 단백질로 대체된다.
놀랍게도 미토콘드리아 내에는 평생 유지되는 '장수 단백질'이 많이 있었고, 여기엔 핵막소공(核膜小孔)을 구성하는 단백질도 포함됐다.
과학자들은 뇌 신경세포(뉴런)와 같이 분열하지 않는 세포에서 어떻게 미토콘드리아가 유지되는지 관찰하다가 이런 유형의 '오래가는 단백질(LLPs; long-lived proteins)'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노화 관련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미국 소크 연구소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8일(현지 시각) 저널 '디벨로프멘털 셀(Developmental 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마틴 헷저(Martin Hetzer) 교수 연구팀은, 사람이 평생 사는 동안 몸 안의 조직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첨단 이미지 기술과 유전적 접근법으로 연구해 왔다.
2012년 생쥐 모델 실험에선, 뇌 신경세포 핵의 표면 단백질 일부가 매우 오래가는 유형이고, 심지어 어떤 건 생쥐의 나이와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헷저 교수팀은 이번에 UCSD의 과학자들과 협력해 생쥐 뉴런의 미토콘드리아를 더 세밀히 관찰했다.
세포가 제 기능을 하려면 무엇보다 미토콘드리아가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세포 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의 DNA와 별개로 자기만의 DNA를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내에선 '전자 전달 사슬(electron transport chain)'을 구성하는 단백질에 초점을 맞췄다.
이 사슬(연쇄계)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에너지 ATP를 생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시간 경과에 따라 서서히 분해되는 동위원소를 단백질에 붙여 '나이'를 측정했다. 이는 고고학에서 많이 쓰는 탄소연대측정법과 비슷한 기술이다.
여기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일부 단백질이 다른 대다수 단백질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이고 매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게 드러났다.
이런 오래가는 단백질은 생성 정보가 담긴 mRNA(전령RNA)를 제거해도 그대로 지속했고, 미토콘드리아 기능도 정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짧게 가는(short-lived) 단백질의 mRNA를 제거하면 곧바로 같은 유형의 단백질이 결핍됐다.
그럼 특정 단백질이 이렇게 오래가는 이유는 뭘까.
헷저 교수는 "새 단백질을 만들려면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오래가는 단백질은 에너지 절감의 관점에서 이치에 맞는다"라면서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오류를 피하는 의미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오래가는 단백질은 엔진, 짧게 가는 단백질은 타이어나 오일 같은 소모품이라고 하는 과학자도 있다.
결국 자동차의 수명은 엔진의 수명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엔진(오래가는 단백질)을 오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장수가 미토콘드리아 등의 오래가는 단백질과 연관돼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 분야 연구에 고해상 이미지 기술을 더 널리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UCSD의 마크 엘리스만 신경과학 교수는 "세포 구성 요소와 세포 기관의 수명을 연구하는 데 첨단 고해상 이미지 기술은 큰 도움이 된다"라면서 "이번 연구가 분명한 사례를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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