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내년 5월 실시 예정…'방역·자치당국 경험 미숙'으로 미뤄져
"최대 반군단체 MILF 무장해제도 제대로 진척 안돼"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남부에 이슬람 자치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내년 5월 실시될 예정이던 선거가 2025년으로 연기됐다.
30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BARMM'(무슬림 민다나오 방사모로 자치지역) 의회 선거를 미루는 내용의 개정법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또 향후 선거를 치를 때까지 80명으로 구성된 임시 자치정부 인사를 임명할 권한을 두테르테 대통령이 갖는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정부와 최대 반군단체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은 지난 2014년 3월 수십년간 계속된 내전을 끝내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MILF는 1970년대부터 민다나오섬을 기반으로 필리핀 정부군을 상대로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15만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고 200만명이 이주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에는 이슬람 자치정부를 세우기 위한 '방사모로 기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2월 민다나오섬 내에 들어선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은 입법·행정·재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또 내년에는 지역 내 자치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로 인한 활동 제한 및 방사모로 과도당국의 경험 부족으로 인해 선거 연기는 불가피했다.
방사모로 과도당국을 이끄는 MILF 출신 인사들도 선거를 치르려면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AFP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국제분쟁 전문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 보고서에 따르면 4만여명의 조직원을 보유한 MILF의 무장해제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기를 내려놓은 병사들은 전체 구성원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 두테르테 정부가 제때 과도당국에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무장충돌이 지속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bum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