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관세 규모 따라 피해 불가피…업계 "수출물량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철강 관세분쟁 해소 합의로 한국 철강의 대미(對美) 수출 여건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협상 당시 대미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할당)제를 택했던 우리나라는 여전히 쿼터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 내 철강 수요가 늘었을 때 한국산 철강 수출은 일정 물량 이상의 수출길이 막힌 반면, EU산 철강 수출은 이전보다 늘어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미국이 일정한 쿼터 내에서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를 없애는 대신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철회하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미국이 수입하는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외신은 EU가 매년 330만t의 철강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되 이를 넘어선 물량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일부 품목을 포함하면 EU가 내년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철강 물량은 430만t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 전 물량인 500만t에 근접하게 된다.
다만 무관세 물량 '330만t'은 미국과 EU 당국의 공식 발표 내용이 아니며 아직 확정된 규모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미국과 EU는 3년여 만에 철강 관세분쟁을 해소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진행형이다.
한국은 2018년 철강 관세 협상 당시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은 200만t대로 대폭 축소됐다.
쿼터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국내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이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기 호황으로 미국 내 철강 수요가 늘더라도 일정 물량 이상의 제품을 수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과 EU의 이번 합의로 관세가 사라진 EU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수출 경쟁에서 더욱 밀릴 가능성이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가 무관세로 합의한 물량이 공식적으로 발표돼야 그에 따른 수출 영향을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쿼터를 완화하든 EU처럼 TRQ 방식을 적용하든 대미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게 핵심"이라며 "정부가 그런 쪽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주미대사관 등을 통해 미국과 EU 간 합의 내용을 계속 파악하면서 면밀히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하루 뒤인 1일 국내 철강업계와 긴급 간담회도 열고 대응책을 모색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무관세 물량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어떤 품목이 해당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다행히 EU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이 많이 겹치지는 않으나 이번 합의로 국내 업계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상 차원에서는 미국 측에 우리나라가 동맹국인 점을 고려해 EU처럼 쿼터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할 것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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