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사우디·바레인·이집트 전투기가 호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이란과 서방의 협상이 다음 달 재개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미군 폭격기가 중동지역을 비행했다.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미군의 B-1B 전략폭격기가 전날 이스라엘 영공을 비행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자체 F-15 전투기가 걸프만으로 향하는 B-1B 폭격기를 호위했다고 전하면서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합동 비행은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군과 미국의 전략적 협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 공군측도 B-1B 전폭기가 동맹군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등 페르시아만 및 홍해 일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등 주요 해상 요충지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 공군측은 사우스다코타 기지에서 온 B-1B 전폭기의 중동 비행에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바레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전투기가 동행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B-52 등 전략폭격기를 중동에 보내 위력을 과시해왔으며, 중동내 동맹국 공군기들이 호위 비행을 했다.
특히 2018년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파기를 계기로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고조된 이후로는 미 전폭기의 중동 출격이 잦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군의 전폭기가 총 3차례 중동에서 무력 시위를 했다.
이번 비행은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 재개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이 나온다.
이란측 핵합의 수석 협상자인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부 정무차관이 지난 27일 "우리는 11월 말 전에 협상을 시작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도 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핵합의 문제를 논의했다.
4개국 정상은 성명을 통해 "6월 핵합의 복원 회담 중단 이후 이란의 우라늄 농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이란 대통령은 위급한 상황에 놓인 핵협상에서 성과가 나오도록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이란에 촉구했다.
성명은 또 "이는 그 어느 나라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상황의 악화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은 지난 2015년 미국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과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핵합의에 서명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까지 상향했다.
이후 이란과 당사국들은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협상은 지난 6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협상 재개가 지연되는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외교적 수단을 동원한 핵합의 복원이 실패할 경우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합의 복원 자체를 반대하는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 저지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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