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쿤드자다, 칸다하르서 탈레반 성공 기원…음성파일 공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오랜 은둔을 깨고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AF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통신은 탈레반 소셜미디어(SNS) 홍보 계정과 당국 관계자 등을 인용해 아쿤드자다가 전날 남부 칸다하르의 이슬람학교(마드라사) 다룰 울룸 하키마에서 '용감한 군인과 제자'를 상대로 연설했다고 전했다.
그는 연설에서 정치적 주제 대신 탈레반 지도부에 대한 축복 등 종교적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탈레반 대원과 정부 당국자들의 성공을 위한 기도도 했다.
이날 행사는 삼엄한 경비 속에서 진행됐고, 사진·영상 촬영은 금지됐다.
탈레반은 대신 홍보 계정에 아쿤드자다의 10분짜리 연설 음성 파일을 올렸다.
1961년생으로 추정되는 아쿤드자다는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고 있지만 공식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중 앞 연설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지난 8월 20년 만에 재집권한 후에도 그는 칸다하르에 은둔했다.
지난달 초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중심의 과도정부 내각 명단이 발표됐지만 아쿤드자다는 여전히 공식 활동을 꺼렸다. 과도정부 출범 직후 "앞으로 아프간의 모든 삶의 문제와 통치 행위는 신성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만 발표했다.
아쿤드자다의 은둔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그가 이미 사망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아쿤드자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탈레반은 부인했다.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인 아쿤드자다는 과도정부 출범 이전까지 정치, 종교, 군사 분야의 중요 결정을 내려왔다. 별칭은 '신도들의 리더'(Leader of the Faithful)다.
주요 외신은 탈레반의 향후 통치가 이란식 '신정일치'와 유사한 체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공화국 체제지만 최고지도자 자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정치, 사회, 종교를 두루 총괄하며 신의 대리인으로서 가장 큰 권위를 갖는다.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입법부 의원과 행정부 수반(대통령)이 국가 실무를 담당한다.
아프간에서도 아쿤드자다가 국가 실무 조직을 초월하면서 '지존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아쿤드자다는 상징적인 최고 지도자로 종교 부문만 책임질 뿐 정부 체제는 사실상 이원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들은 전통적으로 철저하게 은신한 채 활동해왔다.
탈레반을 창설한 이로 '얼굴을 없는 지도자'로 불린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도 주로 칸다하르의 은신처에 머물며 외부인과 접촉을 기피한 것으로 유명하다.
칸다하르는 1994년 탈레반이 결성된 곳으로 탈레반에게는 '정신적 고향'같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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