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상승 1.5℃ 이내 억제 필요성 인정" 공동선언 채택
중·러 불참 속 '2050년까지 탄소 제로' 무산…바이든 "실망했다" 비판
이틀간 디지털세 확정·코로나19 백신 확대 등 약속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3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폐막한 정상회의에서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실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탄소 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설정하는 데 실패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 과제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의에 불참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 "기온상승 1.5℃ 이내로 억제하자" 선언
G20 정상은 공동선언문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 이내일 때가 2.0℃ 이내일 때보다 기후변화 영향이 더 적다는 데 공감하고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나라의 의미 있고 효과적인 조처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5년 합의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2℃ 이내로 유지하기로 하고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고자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공동선언문의 문구 자체는 파리협약과 유사하나 1.5℃ 목표를 한층 더 선명하게 부각함으로써 6년 전보다 많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G20 의장국으로 회의를 주재한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회의 폐막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G20 회의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드라기 총리는 "G20 정상이 상당한 수준의 약속을 했다"면서 "우리의 꿈이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회의 결과가 COP26을 위한 "좋은 신호"라고 강조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기후변화 이슈에서의 성과를 언급하며 성공적인 회의였다고 논평했다.
이밖에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고자 2025년까지 매년 1천억 달러(약 117조 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문구가 선언문에 포함됐다.
◇ 탄소제로 시간표는 불발…시민단체 "어설픈 대책" 비판
이번 공동선언은 그러나 '통 큰'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우선 탄소 배출제로 혹은 탄소 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못 박지 못하고 '금세기 중반까지'라는 문구로 대체됐다.
의장국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구체적인 목표 시점을 넣자고 주장했으나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탄소 중립 달성 시점을 2060년으로 제시했고, 인도는 아예 이를 설정하지 않았다.
관심을 끈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도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한다는 문구만 적시됐다. 선진국은 2030년대 말까지 이를 달성하자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개도국을 설득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역시 중기적 목표로 이를 추진한다는 다소 모호한 문구가 선언문에 담기는 데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약속이라는 관점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기본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사람들이 실망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나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그동안 가진 희망이 충족되지 못한 채로 로마를 떠난다"면서도 "최소한 그 희망이 꺾이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캐나다도 무엇보다 기후변화와 싸움에서 더욱 강력한 언어와 약속을 내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미온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관계자는 "우리는 기온상승 폭이 2.7℃에 달하는 지구온난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재앙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로마에서 보여준 우유부단함과 분열이 지구를 불태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구호단체 글로벌 시티즌의 한 활동가도 "기후위기에 대해 더는 협상이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했다"며 "G20에서는 구체적인 행동은 없고 어설픈 대책만 있었다"고 꼬집었다.
◇ 백신 접종률 내년까지 전세계 70% 설정…디지털세 도입 추인
이틀간 이어진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확대, 디지털세 도입 등도 합의됐다.
정상들은 공동선언 중 보건 부문에서 올해 말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 인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률을 최소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내년 중반까지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개발도상국에 보급을 확대하고자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 생산 허브로 새롭게 지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 대한 백신 제조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 등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대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 도입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는 2023년부터 구글·MS 등 다국적 '공룡 기업'에 적용되는 세금으로, 이들 기업이 실제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하고, 최소 15%의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도입한다는 게 핵심이다.
다국적 기업이 돈을 버는 국가에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거나 세율이 낮은 국가를 통해 세금을 덜 내던 문제를 해결하고, 법인세 인하라는 글로벌 출혈 경쟁에 제한을 두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들 정상은 이제 영국으로 무대를 옮겨 미완으로 남은 숙제를 논의한다.
G20 정상은 대부분 이날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구체적인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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