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탈레반에 쫓기다 유일한 무장 저항세력인 IS-K로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아프가니스탄의 옛 정보 요원들과 정예 군인들이 탈레반을 피해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에 합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옛 아프간 정부를 위해 일하던 전직 군·경과 정보요원 수십만 명 중 일부가 전향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소식통들이 WSJ에 밝혔다.
한 전직 아프간 정부 관리에 따르면 파크티아주 주도인 가르데즈의 무기고를 관할하던 전직 정부군 사령관이 IS-K에 가담했다가, 일주일 전 탈레반군과의 교전 중 전사했다.
카불 북쪽에 사는 한 주민은 정부군 특수부대 고위 장교였던 자신의 사촌이 지난 9월 갑자기 사라진 뒤 IS-K의 멤버가 됐다고 WSJ에 전했다. 그는 자신이 아는 전직 군인 4명이 최근 IS-K에 가담했다고 덧붙였다.
전직 정부군 관계자들이 IS-K와 손잡는 것은 이들이 현재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맞선 유일한 무장 세력이기 때문이다.
아흐마드 마수드가 이끌던 저항군이 지난 9월 초 판지시르에서 탈레반에 대패한 뒤 저항군 지도자들은 국외로 도피한 상태다.
IS-K로서는 전직 군·정보 요원들의 정보 수집 기법과 군사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포용 중이다.
일자리를 잃고 수입이 끊긴 전직 요원들에게는 IS-K가 제공하는 상당한 현금도 전향 이유가 되고 있다.
서방 국가의 한 고위 관리는 WSJ에 "이런 상황은 과거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장군들에게 일어났던 일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2003년 미국의 침공 후 해체된 이라크군 장교들이 알카에다와 IS로 유입됐던 상황이 아프간에서 재현될 것을 우려했다.
전직 군·정보 요원들을 흡수하는 IS-K가 조만간 국제 테러 조직으로 세를 불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 26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IS-K가 "앞으로 6∼12개월 안에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IS-K는 지난 8월 26일 카불 공항 자폭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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