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만갈등 '갈림길'…연내 정상회담서 접점 찾을까

입력 2021-11-01 11:49   수정 2021-11-01 17:22

미중 대만갈등 '갈림길'…연내 정상회담서 접점 찾을까
블링컨-왕이, '현상 변경' 신경전 벌였지만 하나의 중국 재확인
격화·미봉 기로…'레드라인' 확인·충돌방지 핫라인 구축 여부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와 미봉 사이의 갈림길에 선 형국이다.
중국이 고강도 대만해협 무력시위와 함께 최근 통일 후 대만 통치 구상의 일단까지 공개하는 등 전례 없는 강도로 통일 의지를 드러내면서 양안(중국 대륙과 대만)과 미·중 두 전선에서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중국이 통일 목소리 높일수록 대만의 탈 중국 원심력↑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판공실 류쥔촨(劉軍川) 부주임(국무원 대만판공실 부주임 겸임)은 지난달 29일 행한 연설에서 통일 후 "대만 동포의 생활 방식, 사유 재산, 종교 신앙과 합법적 권익은 침해되지 않을 것"이고 "대만의 재정 수입은 최대한 민생 개선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 주민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수준을 넘어 통치의 기본 원칙에 대해 개략적으로나마 약속한 것은 근래 보기드문 일이었다.
이튿날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臺陸)위원회(MAC)는 류 부주임 연설에 대해 "일방적인 생각으로 통일 후 대만의 발전 경로를 그리는 것은 오래전부터 대만 2천300만 인민에게 완강히 거절당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중국이 더 강하게 통일 의지를 표출할 수록 대만의 탈 중국 목소리도 높아지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최근 미국,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대만의 유엔 기구 참여를 모색하는 한편 대만 내 미군의 존재를 처음 인정하고, 유사시 미국의 대만 방어를 "믿는다"고 밝히는 등 양안 갈등에 미국을 적극적으로 끌어 들이려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대외 강경 기조를 반영하는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달 30일자 사설을 통해 "민진당 당국이 계속 대항한다면 종국엔 힘에 의한 심판 뿐"이라고 경고했다.

◇ 미·중 대만갈등 배경엔 서태평양 패권 경쟁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로마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은 대만 문제에 대한 양국 간 인식 차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서로 상대 측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을 향한 중국의 잇따른 고강도 무력 시위를 염두에 둔듯 '현상을 변경하는 어떠한 일방적 조치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왕 부장은 미국이 독립 성향의 대만 민진당을 적극 지지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 합의라는 '현상'을 변경하려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미중 간에 서태평양 수면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전략경쟁과 연결돼 있기에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미국은 유사시 대 중국 '불침항모'(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역할을 할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인식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대만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둔할 경우 주일미군과 괌이 갖는 전략적 이익을 상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서태평양 전체의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중국이 미중 경쟁 속에 대만 통일에 부쩍 의지를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 양측 모두 상황 격화 인한 충돌 원치 않는 듯…정상회담서 '핫라인' 구축 합의할지 관심
다만 이번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경한 것은 아님을 밝힌 점과 중국 측이 충돌 방지를 위한 소통을 강조한 점은 양측 모두 대만해협 상황의 격화를 바라지 않음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우선 지난 9월 미중 정상 통화 관련 발표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 유지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은 중국 측 발표에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언론에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하나의 중국 불변' 입장을 블링컨 장관이 밝혔다고 공개했다.
또 9월 미중 정상 통화 발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간 충돌 회피'에 대해 강조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과의) 일상적인 연락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함으로써 호응했다.
왕 부장은 "쌍방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출현하는 문제를 어떻게 적시에 원만하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솔직한 의견교환을 하고, 이해를 증진하고, 의심을 제거하고 오판을 막는 한편 협력을 모색"하자며 상시 소통로 구축을 제안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소개했다.
결국 미중이 연내 영상으로 개최하기로 한 바이든-시진핑 간 첫 정상회담은 대만해협 상황이 추가 악화로 갈 것인지, 미봉 국면으로 들어갈 것인지를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두 정상이 '하나의 중국'을 둘러싸고 상호 마지노선 내지 레드라인을 확인하는 한편 충돌 방지를 위한 고위급 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합의할 경우 미봉책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미-중-대만의 3각 상호작용 속에 대만 갈등은 갈수록 심화 및 격화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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