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을 탈출한 정치인이 오는 12월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백지투표로 저항하자고 독려하자 당국이 처벌을 경고했다고 홍콩 성도일보 등이 1일 보도했다.
호주에 머물고 있는 테드 후이(許智峯) 전 홍콩 입법회 의원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부당한 선거제에 맞서기 위해 백지투표나 무효표를 던지자"고 호소했다.
그는 "백지투표는 실용적인 저항으로 홍콩인들이 할 수 있는 집단적 침묵의 투쟁"이라며 "이번 입법회 선거에서 홍콩 역사상 가장 많은 백지투표를 던지고, 그 결과 당선자들의 총 득표수보다 무효표를 더 많이 나오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확실히 (중국에)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며 "백지투표 수가 선거 기록에 공식적으로 기록되게 해 역사에 남겨야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올라온 다음날 홍콩의 반부패 수사 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ICAC)는 성명을 내고 "일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백지투표를 독려하고 있는데 이는 불법"이라며 "선거 기간에 투표 방해 행위나 무효표 독려 행위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20만 홍콩달러(약 3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염정공서는 선거법에 따라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사이트에 불법 콘텐츠 삭제를 요구할 것이라며 불법 콘텐츠를 퍼다 나르는 행위도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집회 선동 등 9가지 혐의로 기소돼 투옥될 위기에 처했던 후이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초 덴마크 국회의원들의 초청으로 기후 문제와 관련한 공식 회의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법원에서 출국을 허가받은 뒤 홍콩을 탈출했다. 이후 영국 런던을 거쳐 올해 3월 호주에 정착했다.
홍콩은 오는 12월 19일 입법회 선거를 치르며, 이달 12일까지 입후보 등록을 받고 있다.
중국은 올봄 홍콩의 선거제를 전면 개편해 공직선거에 출마하려면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민주진영 인사들의 출마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에서는 이번 입법회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인사가 거의 없다.
또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이 대거 기소되거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 선거에 나설 인물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홍콩과 함께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마카오에서는 지난 9월 민주진영 정치인들이 대거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채 치러진 의회 선거 투표율이 마카오가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1999년 이후 최저인 42%에 그쳤다.
또 백지투표가 4년 전 선거 때보다 3배 이상 늘었고, 무효표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앞서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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