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교보생명 신 회장, 중재비용 지급 두고 갈등

입력 2021-11-02 06:11  

어피너티·교보생명 신 회장, 중재비용 지급 두고 갈등
풋옵션 분쟁 심화…신 회장, 현재까지 국제중재 결정에 따른 비용 미지급
"ICC 지급 명령 불이행" vs "ICC 판정만으로는 낼 의무 없어"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관련 분쟁 중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너티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부의 중재 비용 지급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ICC는 신 회장에게 중재비용 등을 어피너티에 지급하라고 결정했지만 신 회장은 현재까지 주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풋옵션 분쟁으로 이미 민·형사소송을 벌이는 양측의 법정 공방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어피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과 신 회장 측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ICC 중재재판부는 올해 9월 중재 판정문에서 신 회장에게 원고(어피너티) 측 중재비용 100%와 원고 측 법률비용(변호사 비용)의 50%를 부담하라고 결정했으나, 신 회장은 현재까지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의 판정문에서 ICC는 "앞서 나온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중재재판부가 패소 당사자에게 중재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ICC 규정에 따라, 피고(신 회장)가 본인의 모든 중재비용에 더해 원고의 중재비용, 원고의 법률비용(변호사 비용) 중 50%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어피너티 측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ICC 중재 결정에 따라 신 회장에게 지급 요구서를 보내고 여러 차례 독촉 공문과 발생 이자 계산서를 보냈는데도 신 회장이 판정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ICC 중재판정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법률비용 등은 19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ICC 중재재판부는 풋옵션 계약이 이행될 수 있게 해달라는 어피너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피고 신 회장에게 실질적인 승리를 안겼다.
그러나 동시에 양측의 주주 간 계약에 담긴 풋옵션 계약이 유효하고, 신 회장이 계약을 어긴 것은 명백하다고 판단하면서 신 회장이 상대방의 중재비용 전부와 법률비용 절반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피너티 측은 "풋옵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신 회장이 이번에는 중재 판정을 또 불이행한 채 사법 절차를 남용해 시간을 끌고 있다"며 "채무 이행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 측은 ICC 중재 판정만으로 법률비용 등을 줄 의무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신 회장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장의 관계자는 "중재 판정의 이행력은 법원의 결정에 의존하게 돼 있다"며 "어피너티가 중재판정 집행 결정 신청을 법원에 내면 법원이 최대 3심까지 거쳐 지급 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피너티가 중재비와 법률비용을 달라고 소송을 내면 될 일인데 신 회장이 약속을 안 지키는 양 비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또 중재 법률비용은 소송과 달리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이 중재비용 지급을 거부함에 따라 양측의 풋옵션 분쟁으로 유발된 법정 공방이 또 하나 추가될 수 있다고 보험업계는 전망했다.
앞서 올해 1월 검찰이 어피너티 관계자 2명과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을 교보생명 주식 가치평가 허위보고 혐의로 기소해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어피너티는 지난달 신 회장을 상대로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주주 간 계약 이행 가처분 신청을 냈다.
중재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인 교보생명 주식 가치와 비교할 때 ICC 중재 판정에 따른 비용 정산이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양측이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소재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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