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27.3%↑·수입쇠고기 17.7%↑·계란 33.4%↑…전세 상승률 근 4년만에 최고
은행 대출금리 이미 5%대 중반…"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커져 연내 6% 될수도"
정부, 유류세 인하분 즉시 반영 등 대책…서민들 "막막하다"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살림살이와 직결된 생필품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민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 생활물가 10년2개월만 최대 상승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2월(3.0%) 이후 처음으로 3%대를 기록했다.
서민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생활물가지수는 4.6% 급등했다. 2011년 8월(5.2%)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체 460개 품목 중 소비자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식품이 2.1%, 식품 이외가 6.1% 각각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 석유류 13년 만에 최대 상승…전세도 근 4년만에 가장 크게 올라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27.3% 뛰어올라 2008년 8월(27.8%) 이후 13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 LPG(27.2%)가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영향이다.
막걸리(17.5%) 역시 최근 쌀값 상승의 여파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외 빵(6.0%), 떡(7.0%), 햄·베이컨(7.6%)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격이 3.1% 상승했다.
이에 따라 공업제품(4.3%) 상승률은 2012년 2월(4.7%) 이후 9년 8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식품의 경우 농·수산물 가격 오름세는 다소 둔화했으나 고기, 계란 등 축산물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돼지고기가 12.2%, 국산 쇠고기가 9.0%씩 올랐고, 지난달 원/달러 환율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류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입 쇠고기 가격이 17.7% 급등했다.
계란 가격은 1년 전보다 33.4% 올라 올해 1월(15.2%)부터 열 달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축산물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지난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서비스 가격도 3.2% 올랐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가격은 1년 전보다 2.7% 상승했는데, 특히 외식 물가가 3.2% 뛰어올랐다. 구내식당 식사비가 4.3%, 생선회(외식) 가격이 8.8%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집세는 1년 전보다 1.8% 올랐다. 특히 전세 상승률은 2.5%로 2017년 11월(2.6%)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공공서비스의 경우 5.4% 급등해 2001년 10월(5.4%) 이후 2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으나, 상승분의 대부분은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 정부, 유류·김장 등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
정부는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0.7%포인트)를 제외할 경우 9월(2.5%)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저효과가 소멸하는 11월에도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비롯한 불안 요인은 여전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 조치가 시작되며 늘어난 외부 활동 수요가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서민 체감도가 높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이달 12일부터 전체 주유소의 19.2%를 차지하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분을 최대한 즉시 가격에 반영하도록 한다.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 가격에 100% 반영될 경우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4원, 경유 116원, LPG부탄은 40원씩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가스요금에 반영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관세율도 0%로 낮추고, 12월부터 상업용·발전용 가스요금에 관세 인하분을 반영한다.
김장철이 시작되는 11월 하순부터 12월 상순까지는 배추·무·고추·마늘 등 김장 채소 공급 확대에 나선다.
내달 중 계란 공판장 2개소를 개설하는 등 계란 가격 체계 투명화도 추진한다.
◇ 하루 0.2%p '쑥' 불붙은 금리…서민들 난감
물가 이외에 금리도 서민들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단 하루 만에 0.2%포인트(p)나 뛸 정도로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1일 기준 A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3.68∼4.68%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금리(3.47∼4.47%)와 비교해 불과 하루 사이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고 수준은 이미 5%대 중반에 이르렀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있으며 한국은행이 이달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 안정이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인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대로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또 올라 그 영향까지 시장금리에 반영되면, 대출 금리 상단은 연말께 6%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 모(52)씨는 "물가와 금리가 급격하게 올라가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며 "올라가지 않는 월급으로 물가와 금리 상승기를 어떻게 견딜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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