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로 늘어날 소비·고유가 등 상승요인 여전…글로벌 인플레 압력 확대
통신비 기저효과, 11월에는 사라져 하방 요인으로 작용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곽민서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 10년 만에 3%대를 뚫은 데에는 고유가와 지난해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일시적으로 나타난 통신비 기저효과가 줄어들면 이달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유가 오름세,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작과 각종 소비 진작책에 따른 소비 확대 등 상승 요인도 상당해 물가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석유류·작년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가 물가 상승에 영향
2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 기여도를 보면 상품이 1.45%포인트, 서비스가 1.73%포인트다.
상품 중에서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공업제품(1.40%포인트)으로, 특히 석유류 기여도가 1.03%포인트에 달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 LPG(27.2%) 등이 모두 올라 석유류가 27.3% 상승했다. 상승률은 2008년 8월(27.8%) 이후 13년 2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추석 할인 행사 종료와 우윳값 상승으로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도 3.1% 올라 물가 상승률에 0.23%포인트 기여했다.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을 주도한 농축수산물의 상승률이 0.2%로 크게 둔화했는데도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의 거센 상승세가 물가를 끌어올렸다.
서비스 중에는 외식 등 개인 서비스의 상승률 기여도가 0.87%포인트로 가장 컸다. 백신 접종 확대로 소비심리가 살아난 영향으로 보인다.
공공서비스의 상승률 기여도는 0.69%포인트인데, 이 중 대부분인 0.67%포인트가 통신비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16∼34세, 65세 이상 등 모두 1천888만명에 1인당 2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0.7%포인트 가까이 올라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10월 물가 상승률은 9월의 2.5%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고유가 속 위드 코로나로 소비 증가…"불확실성 높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의 3%대 진입을 이끈 요인 중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는 이달에 사라지거나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이달 12일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해 석유류 가격 상승 폭도 일부 둔화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세에 들어설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데다, 유류세 인하의 현장 체감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여파도 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이달에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워드 코로나)과 코리아세일페스타, 소비쿠폰 지급 등 소비 진작책의 영향으로 소비가 늘어나면 물가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지난달 2.7% 오른 개인서비스가 오름폭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개인서비스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지난해 11월 상승률이 1.3%에 그쳐 기저효과도 예상된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이달에는 물가 오름폭 확대를 주도한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는 대부분 사라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국제유가 오름세, 농축수산물·개인서비스 기저효과 등 상방 요인도 상존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 차질 등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원래 있던 유가 등 공급 측 요인보다 문제는 수요 측 충격이 서서히 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 효과로 이달부터 수요 측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물가 고공행진'을 겪고 있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는 것도 주목해야 하는 현상이다.
미국의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이후 최고치인 5.4%를 기록했고, 유로존 10월 소비자물가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4.1%까지 올라갔다.
8월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3% 올랐다.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 순위는 38개 중 24위로 중하위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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