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취약국들, COP26서 선진국 기후변화 대응에 실망 토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태평양 섬나라 마셜제도가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나라가 잠기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티나 스테지 마셜제도 환경특사가 "이 세상 누구도 한 나라가 없어지는 것을 용납할 거로 생각지 않는다"며 이같이 호소했다고 전했다.
인구 6만 명의 마셜제도에 기후변화는 생존 문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국가 차원의 '생존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지금도 이상 기후로 인한 가뭄과 홍수로 고통받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내놓은 연구보고서에서 마셜제도를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존재를 위협받게 될 최우선 국가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향후 100년간 해수면이 0.5∼2m 상승할 경우를 가정한 이 연구에서 세계은행은 마셜제도의 병원과 학교, 주택 등 사회기반시설이 침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해수면이 언제 얼마만큼 높아질지는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지 특사는 이에 대해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이 배출량 감축 약속 이행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변화로 큰 타격을 받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마셜제도에 필요한 것은 재정적 지원이지만 이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엔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빈곤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액을 2020년까지 연간 1천억 달러로 늘리기로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스테지 특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일으킨 것은 크고 부유한 나라들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진 나라도 그들"이라며 "우리는 땅과 건물을 높이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자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마셜제도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취약한 작고 가난한 다른 나라들도 선진국들의 미온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을 쏟아내고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는 중국과 미국, 유럽, 인도에 대한 심각한 위기 경고"라고 말했다.
앤티가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도 CNN과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지구 기온은 1.5℃ 이내로 억제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모두 이전부터 듣던 얘기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동"이라며 COP26에서 무언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