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의사록 공개…동결지지 위원 "경제 이상 없으면 11월 추가 인상 바람직"
"미국 테이퍼링 후 올려도 늦지 않아…주택가격·가계부채, 개별정책으로 대응"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토론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물가와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문제를 강조하며 당장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2일 오후 홈페이지에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6명 위원 가운데 2명은 '0.25%포인트 인상' 소수 의견을 냈다.
의사록의 발언은 무기명으로 공개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당시 회의 직후 간담회에서 2명이 임지원 위원과 서영경 위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 위원 중 한 명은 우선 물가에 대해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위험)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회복과 공급 문제가 맞물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주택 매매·전세 가격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8월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 금융불균형 누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민간신용 증가세와 주택가격 상승세가 크게 완화되지 않아 금융불균형을 고려한 통화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위원도 "소비자물가가 6개월간 2%대 중반의 상승률을 이어가고, 기대인플레이션도 2%대 중반으로 오른 상황인 만큼 향후 물가 흐름의 상방 리스크에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불균형 상태에 대해서도 "8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경제주체의 위험선호 현상과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가계대출도 정부 관리 강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주택가격 오름세도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금리 동결 의견을 낸 한 위원도 물가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위원은 "공급 차질이 완화되더라도 수요측 물가 압력과 기후변화, 글로벌 공급체계 재구성 등 구조적 흐름이 물가에 미칠 영향 등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국내외 경제 동향을 볼 때, '통화정책 완화기조 정도의 점진적 조정'이라는 기본 방향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차기(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까지 대내외 경제상황에 특별히 새로운 이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고, 대체로 지금과 유사한 경제 흐름이 이어진다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에 큰 문제만 없다면 25일 회의에서 물가 등을 고려해 추가 인상으로 입장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나머지 위원들은 코로나19와 공급 병목 현상 등에 따른 경기 타격 가능성을 동결 의견의 근거로 내세웠다.
한 위원은 "이번 위기(코로나)의 경우에는 방역 조치와 거리두기 정책이 어떤 속도로 완화되는지도 통화정책 판단에 중요한 요소"라며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교란에 따른 글로벌 경기의 하방 위험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본격적 긴축으로의 전환은 조만간 실시될 예정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정책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 뒤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도 "주택가격의 안정은 장기적 안목에서 부동산정책으로 대응해야 하며, 가계부채의 안정은 금융 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hk99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