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아프간…"4살 딸 130만원에 시집 보내 가족 연명"

입력 2021-11-02 17:11   수정 2021-11-03 17:01

참혹한 아프간…"4살 딸 130만원에 시집 보내 가족 연명"
CNN, 국제 지원 끊긴 아프간 현실 조명 "'매매혼' 성행"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린 딸을 돈 많은 노인에게 팔아넘기는 매매혼이 급증하고 있다고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자리는 물론 식량조차 구하지 못한 가족들이 딸을 팔아 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 재집권 이후 국제사회의 원조가 끊어진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가 경제가 얼마나 파탄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CNN은 전했다.
CNN이 아프가니스탄 바드기스주 북서쪽의 이재민 정착촌에서 만난 9살 파르와나 말릭은 최근 20만 아프가니스(약 260만원)에 팔려 55살 남성의 신부가 됐다.
이 남성은 현금뿐 아니라 양, 토지 등을 동원해 '값'을 치르고 파르와나를 차에 태워 데려갔다.
파르와나는 자신의 남편이 된 남성에 대해 "수염과 눈썹에도 흰 털이 난 노인"이라며 "때리고 집안일을 시킬까 무섭다"고 말했다.
딸을 팔아넘긴 아버지 압둘 말릭은 눈물을 흘리며 "죄스러운 마음으로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부끄럽고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여덟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딸을 팔지 않으려 애를 써봤다고 한다. 일자리도 찾아보고 돈을 빌리려고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탈레반 집권 전에는 인도적 지원에 의한 식량 배급을 받거나 단순 잡일 등으로 하루 몇 달러의 소득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모두 끊어졌다고 말릭은 호소했다.

그러나 딸을 팔아 번 돈 역시 결국 바닥을 드러낸다.
말릭은 몇 달 전 이미 파르와나보다 3살 위 언니를 다른 남성에게 팔아넘겼다. 그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른 딸을 또 팔아야 한다"고 했다. 남은 딸은 현재 2살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 같은 참혹한 상황에 처한 가족들이 적지 않다고 CNN은 전했다.
구르 주의 10살 소녀 마굴은 70살 노인에게 팔려 갈 처지다. 부모의 빚 20만 아프가니(약 260만원)를 대신 갚기 위해서다.
빚쟁이들은 마굴의 아버지를 탈레반 감옥 앞까지 끌고 가 빚을 갚지 않으면 감옥에 처넣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한 달 안에 빚을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돈은 구하지 못한 채 약속한 날짜만 다가왔다.

마굴은 자신을 '구매'한 노인을 향해 "저 사람이 정말 싫다. 날 억지로 저 사람에게 보낸다면 스스로 죽어버리겠다. 부모님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며 울먹였다.
인근의 다른 가족은 4살, 9살 딸을 각각 10만 아프가니스(130만원)에 시집을 보내기로 했다. 이 가족의 아버지는 직장이 없고, 장애까지 안고 있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손녀딸을 속절없이 내보내야 하는 할머니는 실성 일보 직전이다. 그는 "우리에게 음식이 있다면,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절대 이러지 않을 것"이라고 CNN에 울부짖었다.

어린 신부를 맞이한 구매자들은 "아내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다. 요리나 청소와 같은 집안일을 하게 하면서 가족처럼 돌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린 소녀가 신부로 팔려 가는 경우, 교육을 받거나 독립적인 삶을 추구할 기회가 거의 사라진다고 CNN은 전했다.
헤더 바르 휴먼라이츠워치 여성인권국 부국장은 "어린 소녀들이 학교에라도 다닌다면, 가정은 그 소녀의 미래에 투자해보려 노력하지만, 학교에서 멀어지는 순간 결혼 시장으로 내몰릴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팔려나간' 소녀들은 피임이나 부인과 진료를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상당수는 너무 어려 성관계에 동의할 능력조차 없고, 아직 신체 발달이 미성숙한데도 임신에 노출돼 합병증에 의해 생명을 위협받는 경우도 많다.
유엔인구기금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15∼19세 여성의 임신 관련 사망률은 20∼24세 여성의 2배에 이른다.
탈레반도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다.
탈레반 법무부 마우라와이 잘라우딘 대변인은 "가족들이 딸을 팔아넘기지 않도록 조만간 식량 배분을 시작할 방침"이라며 "이 정책을 도입하고도 가족들이 딸을 팔아넘기다 적발되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방침은 밝히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계에 이른 경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인도주의조정국(UNOCHA)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의 이사벨 무사드 칼센 대표는 "인도적 지원 담당자들이 아직 현장에 남아 있지만 자원이 너무 부족하다"며 "각국이 (정치적 고려로) 탈레반에 대한 재정 지원을 망설이는 사이, 취약 계층, 빈곤층, 어린 소녀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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