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된 툰베리가 독립하면서 환경운동 동행 중단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세계를 누비면서 환경운동을 벌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찍힌 사진엔 항상 장발에 콧수염을 기른 남성이 등장한다.
그레타의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52)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그레타가 성인인 18세가 되면서 딸과의 동행을 중단한 아버지 스반테의 사연을 소개했다.
스반테는 90년대 스웨덴의 TV 시리즈에도 출연한 배우이자 음반 제작자였다.
환경운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았다.
그레타가 과거 페이스북에 "우리 부모님은 내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알려주기 전까지 환경운동과 거리가 먼 분들이었다"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그레타는 11세 때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몇 개월간 식사를 거부하고 대화를 하지도 않았다.
스반테는 이후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딸 그레타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했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그레타가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 여행에 거부감을 보이자 스반테는 가족 여행을 위한 비행기 탑승도 중단했다.
2017년부터는 육류 섭취도 포기했다.
그레타가 15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투신하면서 스반테도 더욱 바빠졌다.
그레타가 청소년 환경운동가로 유명해진 계기가 된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 시위 당시 스반테는 인근 카페테리아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레타가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 대신 요트로 대서양을 건널 때에도 스반테가 동반해 딸의 안전을 지켰다.
딸의 유명세 때문에 치러야 했던 불편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레타에게 "분노조절 문제에 신경을 써라"라는 막말성 트윗을 날린 뒤에는 스웨덴 정부가 경호요원을 붙이기도 했다. 그레타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스반테는 "완전한 악몽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레타가 각종 상금으로 받은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로 설립한 재단 운영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스반테는 돈 때문에 환경운동을 벌인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레타가 성년이 돼 독립하면서 스반테에게도 여유가 생겼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도 그레타는 보호자 없이 기차를 타고 갔다.
다만 기차표를 예매한 것은 스반테였다.
스반테는 지난 3년간 딸과 함께 바쁜 시간을 보낸 경험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사춘기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스반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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