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요소수 품귀 사태' 물류대란 번지지 않도록 대책 서둘러야

입력 2021-11-03 11:12   수정 2021-11-04 17:02

[연합시론] '요소수 품귀 사태' 물류대란 번지지 않도록 대책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물류대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소수는 디젤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 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2015년 환경정책이 강화되면서 정부는 모든 디젤차에 SCR을 의무 장착토록 했다. SCR이 부착된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차량 시동이 안 걸리고, 운행 중인 차량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가다가 서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 요소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이 지난달 15일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수출 의무화 조처를 하면서 시중에 풀렸던 물량이 동나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소수 품귀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를 생산해 온 중국이 호주와의 무역 갈등으로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자 이런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SCR 장착 디젤 화물차는 전국적으로 200만대라고 한다.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의 6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대부분은 물류 운반용 차량이다. 요소수가 없으면 이들 차량은 운행이 불가능하다. 특히 품귀 현상이 빚어진 시점이 배송 물량이 몰리는 연말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2012년 화물 파업 당시 물류의 20% 정도가 운송 차질을 빚었는데 하루 피해액이 1천120억 원이었다. 만일 화물차량의 60%가 멈춰 설 경우 산술적으로만 그 세 배가 넘는 피해가 예상된다. 단순히 물류 업계의 손실을 넘어서 산업 현장에서 원자재, 제품 등을 이송하는 화물차량의 발이 묶이면 업종을 불문하고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피해가 불가피하다. 석유 제품 및 액화가스 운송 차량을 운영하는 정유·화학사나 물류 수송 의존도가 높은 전자ㆍ자동차ㆍ철강 업계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가뜩이나 유가 오름세와 각종 소비 진작책에 따른 소비 확대 등으로 물가가 심상치 않은데, 물류 대란까지 겹칠 경우 생필품 가격의 급둥 역시 피할 수 없다. 요소수 품귀 사태가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이다.

요소수 품귀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보름 전 1만 원이었던 요소수 10ℓ 한 박스가 7만∼10만 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으며 이마저도 물량이 동이 나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한다. 화물차주 등 운전자 커뮤니티에는 "주변 주유소에 모두 전화를 돌려도 요소수가 없다"며 구할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1∼2개월 분량인데, 요소수 품귀 사태는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재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 등을 협의했지만, 딱히 현 상황을 타개할 묘수는 찾지 못한 듯하다. 중국 측에 신속한 수출검사 진행을 요청하고, 중국의 수출 중단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러시아 등 다른 국가로부터 요소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러시아로부터 주문한 물량이 들어오려면 빨라야 내년 초나 돼야 한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우선은 외교 경로를 총동원해 중국으로부터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사재기 등 매점매석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별 분업화ㆍ특성화로 효율을 기했던 세계화의 시대는 지고 있다. 갈수록 자국 중심주의로 흐르는 국제사회의 비정한 현실을 감안해 요소수와 같은 산업 필수 품목은 국내에서 일정부분 자급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드는 장기적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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