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이 호주 총리에 보낸 메시지 보도되자 프랑스 발끈
프랑스 "정상간 메시지 유출로 신뢰 훼손"…호주 "거짓말 없었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오커스 갈등'으로 냉랭해진 양국 관계가 다시 한번 암초를 만났다.
호주는 이 메시지를 계약 파기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사용했고, 프랑스는 정상 간 주고받은 메시지를 유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3일(현지시간) AP, AFP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 메시지는 호주가 지난 9월 프랑스와 맺은 77조원 규모의 잠수함 공급 계약 파기를 발표하기 이틀 전에 발신한 것으로 호주 언론이 처음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리슨 총리에게 "우리가 함께하는 잠수함 야망에 좋은 소식을 기대해야 하느냐, 아니면 나쁜 뉴스를 기대해야 하느냐"고 묻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모리슨 총리는 이를 근거로 마크롱 대통령이 호주와 프랑스가 맺은 잠수함 공급 계약이 매끄럽게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모리슨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주 총리실이 마크롱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를 호주 언론에 제공했느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으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장피에르 테보 호주 주재 프랑스 대사는 호주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연설하고 국가 정상 간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맹비난했다.
테보 대사는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의 측면뿐만 아니라 진실과 신뢰 측면에서도 전례 없는 최저치를 찍었다"고 이번 사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호주에서는 파트너가 비밀리에 했던 말이 유출되고, 나중에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는 모든 국가 정상이 아주 우려할만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테보 대사는 마크롱 대통령이 보낸 문자는 모리슨 총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호주가 프랑스에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일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는 점과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미국, 영국과 인도·태평양지역의 새로운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발족을 계기로 핵무기 보유국인 두 나라에서 핵 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을 받기로 하면서 프랑스와의 잠수함 도입 계약을 해지했다.
처음에는 미국, 호주, 영국을 싸잡아 비난했던 프랑스는 미국, 영국과는 소통을 재개하며 갈등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호주와는 여전히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커스 창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는 전화 통화를 하고 대면으로 만났지만 모리슨 총리와는 한 달 반 넘게 직접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호주 기자들과 만나 모리슨 총리가 잠수함 계약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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