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수도권 7개 학교가 갱단 협박에 보호비 상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갱단들이 배움의 전당인 학교까지 범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유니세프는 "지난 9월 개학 이후 수도 포르토프랭스 일대 최소 7개 학교가 어쩔 수 없이 무장갱단에 보호비를 상납했다"며 "이들 외에 더 많은 학교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갱단들은 자신들이 장악한 지역의 학교와 교사들에 학교 안전을 대가로 상납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는 학교에선 강도나 납치 등 범죄를 저지른다.
지난주에도 한 학교에서 학부모 1명이 살해되고 여학생이 다쳤으며, 교사가 총기 강도에 급여를 빼앗기는 일도 벌어졌다고 유니세프는 전했다.
학교가 위험한 장소가 되면서 등교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진 고프 유니세프 중남미·카리브해 담당 국장은 "학교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배움의 기회가 줄어든다. 갱단이 배움의 전당을 범죄 무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아이티에선 이미 교육비 부담과 열악한 교육 환경, 대지진 등 여러 이유로 5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린 상태다.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은 갱단에 가담할 위험이 커지고, 장기적으로 아이티 개발을 위한 전문직의 양성도 어려워진다.
유니세프는 현지 정부와 대학, 시민단체 등과 함께 임시 교육시설을 만들거나 학교 밖 아동에게 대안 수업을 하는 등 아이티 아동이 배움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아이티 정부는 학교 안팎에 안전을 보장하고 아동에 대한 갱단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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