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북아프리카의 '앙숙' 알제리와 모로코가 외교관계를 단절한 가운데, 알제리가 자국민 3명이 사망한 폭발의 배후로 모로코를 지목해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알제리 국영 뉴스통신사 APS에 따르면 알제리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1일 자국민 3명이 모리타니-서사하라 국경지대의 사막 고속도로에서 폭발로 숨졌다고 밝혔다.
알제리 대통령실은 이 사건의 배후로 모로코를 지목했다.
사망한 트럭 운전사들은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있는 모리타니 수도 누악쇼트에서 알제리 동부 쿠아르굴라까지 가던 중이었다.
성명은 "3명의 알제리 트럭 운전사가 모리타니에서 돌아오던 도중 암살됐다"며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서사하라에 있는 모로코 점령군이 이런 비겁한 짓을 저질렀다. 용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모로코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국교를 단절할 만큼 최근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이어서, 이번 사건이 양국 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불에 탄 차량의 사진이 떠돌고 있지만, 모리타니는 자국 영토에서 폭발이 보고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알제리와 모로코는 1975년 스페인 점령에서 벗어난 서사하라 및 국경 문제 등으로 갈등해왔다. 모로코는 서사하라 영토의 80%를 장악하고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알제리는 독립운동 세력인 폴리사리오를 지원한다.
지난해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더 불편해진 양국 관계는 지난 여름 알제리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알제리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산불이 방화이며, 그 배후에 모로코의 지원을 받으며 자국 북부 카빌리 지역의 자치 운동을 하는 '카빌리 자결'(MAK)이 있다고 주장했다.
MAK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알제리는 모로코를 비난하며 일방적인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지만, 모로코는 MAK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이어 알제리는 모로코를 통해 스페인으로 연결되는 '가즈 머그레브 유럽'(GME)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수출도 중단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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